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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기/🔹 간사이(関西)

시가 여행 🏯 시라히게 신사(白髭神社)

by 홍씨:)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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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28번 다니면서 가장 많이 갔던 지역이 간사이(関西) 지역, 총 9번이었는데 지난 23년 7월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현이 있었다면 시가현(滋賀県)과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이었다. 간사이공항이 오사카부에 위치하고 있어 오사카 지역을 먼저 관광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그 주변 도시로 눈을 돌려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교토부(京都府)나 나라현(奈良県), 효고현(兵庫県) 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우선순위에 들어가는 부분도 있었다. 
드디어 시가현에 가보려고 한다. 나에게 시가현이라고 하면 큰 호수인 비와코(琵琶湖)가 있고 비와코를 바라보는 료칸이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었는데 내 기준에 료칸은 일정이 여유로운 여행에 보다 적합할 것 같아 이번에는 료칸에 묵지 않는 걸로 했다. 어차피 혼자라서 처량하게 가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어느쪽을 가볼까 구글맵을 뒤지다가 멋있는 도리이(鳥居)를 하나 발견했다.

 

시라히게 신사 · 215 Ukawa, Takashima, Shiga 520-1122 일본

★★★★☆ · 신사

www.google.co.kr


히로시마현(広島県)에 위치한 이쓰쿠시마 신사(厳島神社)는 물 위에 떠있는 도리이가 유명한 신사다. 이번에 찾아본 시라히게 신사(白髭神社)의 도리이도 이쓰쿠시마 신사의 도리이처럼 물 위에 떠있는데 다른 점이라면 이쓰쿠시마 신사 도리이는 바다, 시라히게 신사의 도리이는 호수에 있다는 것이었다. 
비와코를 중심으로 했을 때 서쪽보다는 동쪽이 볼게 많은데 아쉽게도 시라히게 신사는 비와코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쪽에 있었다. 선택의 시간이었다. 동쪽으로 가서 여러 관광지를 볼 것인지, 서쪽으로 가서 시라히게 신사를 갈 것인지.
...
정했다. 시라히게 신사에 간다.



교토역에서 서울의 4호선 고유의 색깔인 스카이블루색을 가진 고세이선을 타고 시라히게 신사에서 가까운 오미타카시마역(近江高島駅)으로 향했다. 교토역에서 시라히게 신사까지는 전철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 각 역 정차 전철을 기준으로 배차 간격을 찾아보니 거의 1시간씩 떨어져 있었다. 소도시의 매력이지. 근데 이거 시간 계산을 잘해서 이동해야 한다..... 전철 1대 놓치면 1시간을 버리는 거다.

오미타카시마역은 정말 시골역이기 때문에 티켓을 넣는 개찰구가 없다. 티켓을 소지한 사람은 역사 내 승무원에게 건네면 통과할 수 있다. 오미타카시마역을 나오자마자 갑자기 걸리버 동상이 보이는데 당황스럽다. 뭐지 여기에 왜 걸리버가 있는 거지....? 여행할 때는 몰랐는데 포스팅을 하는 지금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때 역무원이나 관광 안내소에서 물어볼걸 그랬다. 혹시 걸리버가 왜 있는지 아는 분은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오네가이시마스!

오미타카시마역에서 시라히게 신사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걷는 중간중간에 한적한 시골 마을이 있는데 우선은 시라히게 신사에 다녀와서 마을 곳곳을 사진 찍을 예정이다.

15분 정도는 시골길을 걷는데 나머지 15분은 앞으로 공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미 시라히게 신사에 가기 전에 정보를 찾아봤었는데 걸어서 가는 길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15분 정도 걸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인도가 양 쪽이 아닌 한쪽에만 있는데 오미타카시마역에서 시라히게 신사로 걸을 때 차를 마주 보며 걷게 된다.(당연히 역으로 돌아갈 때는 등지고 걷게 된다) 그런데 이 도로는 일반적인 도로가 아니고 자동차 전용도로와 같은 느낌이라 기본적으로 차량의 속도가 있을 뿐 아니라 주변으로 민가가 없어 속도를 줄일 이유가 없다. 또한 길이 곧게 뻗어 있고 중간에 차선이 하나가 더 생기면서 저속 차량을 추월하는 차량들이 많아 이 길 옆의 인도를 걷는 것 자체가 무시무시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펜스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도로와 인도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이 모든 문장을 한 마디로 줄여서 딱 '인도 없는 경부고속도로 갓길 걷는 느낌'이었다. 되도록이면 이곳은 여유 있게 걷지 말고 최대한 빨리 걸을 수 있도록 하자. 천국 같은 풍경 보러 가다가 진짜 천국 가는 수가 있다.

도로폭과 도로와의 거리가...

 
공포의 길을 걸어 드디어 시라히게 신사에 도착했다. 시라히게 신사의 도리이를 배경으로 멋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라는 글을 몇 번 봤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우선 횡단보도가 없다. 방금 전에 말했듯이 차량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다니는데 통행량까지 많아 아주 위험하다. 구글 지도에는 눈치껏 건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럴싸한 로드뷰를 볼 수 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너무 위험해서 건너지 말라는 경고 문구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멋진 풍경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물론 다른 사람까지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지킬 것은 지키자. 그러다 진짜 천국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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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럼 잠시 사진 감상 하는 시간을...

도리이 사진은 찍었고 신사 내부를 둘러볼 차례! 도로 옆으로 건물이 몇 개 있고 남은 건물들은 계단을 올라가면 있다. 계단이 적은 편이어서 금세 도착한다. 

신사 곳곳을 사진 찍고 있었는데 큰 관광버스가 들어온다. 드디어 왔다. 단체 관광객! 과연 어느 나라 사람들이 내릴 것인가 기대를 하고 보고 있었는데 일본 단체 관광객이었다. 국적을 막론하고 신사에 오는 관광객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기도하러 오거나 사진 찍으러 오거나. 이 일본인 관광객들도 우선 도리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 이후 오마모리(お守り)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섰다. 


사람들이 오마모리를 샀기 때문인가? 아니면 목숨 걸고 온 장소여서였을까? 갑자기 오미쿠지(おみくじ)를 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오미쿠지를 했던 게 도쿄에서 유학했던 2013년 1월 1일이니까 10년 전이구나.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오미쿠지를 한 적이 있었다. 번호는 77번, 럭키세븐이 두 개다!라는 마음에 웃으며 뽑았는데 '흉'이었다. 젠장. 태어나서 흉을 처음 봤다. 그 이후로 오미쿠지를 하지 않았는데...... 10년 만에 해봤다. 나 요즘 고민이 많거든.

할거 다 했으니 이제 다시 교토로 돌아가려 한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처음으로 이 길에서 사람을 마주쳤다. 중국 관광객 엄마와 아들이었는데 이 목숨을 건 길(?)에서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씨익 웃으면서 걷고 있는데 나의 웃는 인상이 보기 좋았는지 갑자기 길을 물어온다.

TMI 하나 말하자면, 나는 8년 차 관광통역 안내사다. 어디를 가나 길을 물어보고 싶게 생긴 얼굴인지 국적 관계없이 길을 물어온다. 나만 그런 건가 싶어 동료들과 얘기를 해보면 동료들도 여기저기서 길을 많이 물어온다고 하더라. 그래, 우리 안내사들 관상은 딱 길을 물어보고 싶게 생긴 관상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일을 하고 있겠지.

어쨌든 중국인 엄마가 서툰 일본어로 시라히게 신사가 어디인지 묻는다. 중국어로 '쩌거빵샹, 치펀쫑? 찌아요우!' 해줄까 하다가 일본어로 물어온 엄마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일본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해 줬다.
'코노미찌, 나나훈, 간밧떼 쿠다사이'
같이 있던 아이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고 엄마는 완벽하게 알아듣고 고맙다며 길을 갔다.
나의 이 센스로 '저 아이는 엄마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아주 믿음직한 사람이라 생각했을거야' 
마, 이게 8년 차 안내사의 배려이자 짬밥이다! 

기쁨도 잠시 다시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그때부터 미친 듯이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뚫렸다 싶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서 남의 집 지붕 아래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다가 이대로 있다간 마을 사진도 못 찍고 1시간에 1대 있는 전철도 놓칠 것 같아서 젖든말든 그냥 우산 쓰고 신나게 걸었다.


시라히게 신사 주변으로는 노선버스가 없었다. 도보로 30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인데 뚜벅이가 30분을 가기에 조금은 위험한 환경이 곳곳에 있고 주변으로 상점가나 식당가가 없는 점 등 온 힘을 다해 강력 추천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냥 차를 렌트한 사람이라면 한 번 들려보면 좋을 장소 같은 느낌?

하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비와코에 떠 있는 도리이가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장소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나는 장마철 폭우가 내리는 날에 방문했지만 누군가가 시라히게 신사에 가고 싶다면 되도록 파란 하늘과 빨간 도리이의 조화가 더 좋은 맑은 날에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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