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에서 어떤 곳을 갈까 생각하다가 결정한 곳은 기미이데라와 와카야마성이었다. 혹시라도 시간이 남는다면 와카야마 마리나시티에도 가볼까 생각을 했지만 결국 건강상의 문제(?)로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와카야마성은 와카야마역에서도 갈 수 있고 와카야마시역에서도 갈 수 있다. 도보를 기준으로는 와카야마역에서 30분 정도, 와카야마시역에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와캬야마역에서 와카야마시역으로 가는 JR 전철이 1시간에 1대 밖에 없으므로 시간이 맞지 않으면 그냥 와카야마역에서 이동하는 것이 낫다. 와카야마시역에는 JR뿐만 아니라 난카이선도 들어오므로 혹시나 오사카 난바 방면에서 온다면 운행 편수가 훨씬 많은 난카이선이 더 편할 수도 있다.
와카야마성
위 사진이 와카야마시과 함께 있는 건물이다. 와카야마시역에 도착하기 전 구글로 역사 내에 봐둔 초밥집이 있어서 그곳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이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배가 살짝 고프긴 했지만 대기하는 시간은 아깝고 초밥은 먹고 싶어서 우선 와카야마성을 보고 다시 돌아와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와카야마시역에서 와카야마성까지는 도보 15~20분 정도 걸린다.
뚜벅이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니면 관광통역 안내사로 일하고 있어서 지리에 대한 눈치가 빨라진 것인지 구글맵에 GPS를 켜고 단번에 방향을 잡은 후 다시 GPS를 껐다. 휴대폰이 오래되서 내 체력처럼 배터리가 금방 닳아버리는 것도 있지만 GPS를 켜고 휴대폰만 바라보며 길을 걷기엔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항상 대략적인 방향만 정해 놓은 후 특정 지점까지 도착했을 때 다시 GPS를 켜고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
조금 더 걸어 드디어 와카야마성에 도착했다.
일본의 여름은 굉장히 덥다. 우선 한국보다 남쪽에 있기 때문에 더운 것도 있지만 섬나라 특유의 습한 날씨가 많아 숨이 막힐 때가 많다. 나같은 뚜벅이 여행객에게 여름은, 여행하기에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계절이다. 이 날도 엄청나게 더웠다.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는 날이었는데 이미 앞선 여행지인 기미이데라에서 엄청난 계단을 오르고 온 직후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일본의 성들을 다녀보면 거의 평지에 있는 성이 있는 반면 조금은 높은 언덕지역에 성을 건설해 놓은 경우도 있는데 와카야마성은 평지에 있는 성이 아닌 언덕지역에 건설되어 있는 성이다. 다시 말해 성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언덕을 올라야하는 곳이다.
언덕을 올라 휴식처에서 와캬야마성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확실히 특정 관광지를 다닐 때는 구글맵에 의존하는 것 보다 이렇게 아날로그 식으로 인쇄되어 있는 지도를 들고 다니며 관광지를 체크하는 것이 더 알기 쉽고 편하다. 와카야마성 지도를 보니 포토스팟이 여러군데 있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돌아보려 했으나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시야가 흐려지더니 식은땀이 나고 과호흡이 왔다. 머리로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 들더니 온몸에 힘이 풀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어 일단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가지고 있던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고 손 선풍기를 풀가동했다.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자보험을 잘 들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여행자보험을 들고 싶더라니 이것 때문이었을까 싶었다. '쓰러져도 한국에서 쓰러져야 되는데'라는 걱정을 품고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가 교토잖아......
다시 힘을 내서 돌아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곳은 보고 가기로 했다. 힘내 홍씨.
갑자기 찾아온 몸의 이상 신호로 내려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가방에 여권이 있으니 내가 쓰러지면 누구인지 정도는 알겠구나 싶었지만 나의 여행을 망치기 싫어서 하나님 부처님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하며 성 아래로 내려왔다. 거의 나 혼자 순례길을 찍었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찍은 나의 와카야마성 베스트 샷은 바로 아래 사진이다.
와카야마성에는 모미지다니 정원이라는 작은 정원이 함께 있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정원을 참 잘꾸며 놓는다. 상황상 여유가 없어 사진을 얼마 못 찍었지만 '와카야마성에 이런 곳도 있다' 정도는 공유하려 한다.
그렇게 힘들었던 나의 와카야마성 방문기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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