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코 라멘(開高)
현재시간 11시 10분, JR패스를 교환하고 전철을 타기 전까지 나에게는 56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 쇼핑을 하고 에키벤을 먹을까 하다가 아직까지도 전철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나라서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예전에 아버지랑 왔을 때 공항에서 맛있게 먹었던 부타동을 먹을까 하다가 역시 첫 끼는 라멘이지!라는 마음에 국내선 2층 홋카이도 라멘도장으로 이동했다.
이제 열한 시인데 벌써부터 여기저기에 줄을 서있는 가게가 보였다. 그리고 역시나 에비소바를 파는 이치겐은 줄이 무지막지했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어? 난 시간 없어서 다음에 올게.
그러다가 발견한 압도적인 비주얼의 라멘이 보였으니 바로 카이코 라멘. 카이코라멘은 홋카이도 오비히로라고 하는 지역의 라멘 스타일이란다. 같은 라멘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과 스타일이 전부 다른데 나는 오비히로에 친구는 있어도 가본 적도 없고 이 지역의 라멘을 먹어본 적도 없어서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미 비주얼로 내 눈을 사로잡은 녀석이 있어 그 녀석을 주문했다. '카니다시 미소라멘'
보자마자 어머니 생각이 났다. 우리 어머니가 게도 엄청 좋아하시고 옥수수도 엄청 좋아하시는데 어머니가 좋아하는 게 여기에 다 들어있었다. 근데 함정은 어머니가 라멘을 안 좋아하신다는 거. 하하하.
근데 가만히 보니 김의 위치가 틀렸네? 게가 다리가 아파서 잠시 앉았나 보다. 앉은뱅이 게 라멘이군. 어쨌든 시식 시작.
이 메뉴는 옥수수가 들어 있기 때문에 수프를 먹는 숟가락 이외에 구멍이 뻥뻥 뚫린 스푼을 하나 더 준다. 옥수수는 구멍이 뻥뻥 뚫린 스푼으로 떠먹으면 된다. 라멘에는 게 집게 다리가 두 개 들어 있지만 큰 편이 아니라서 그냥 살짝 맛보기 정도로 만족해야 할 수준이다. 계란은 두 개라서 나름 기분 좋았는데 맛이 강한 미소라멘이다 보니 국물 자체에서 게로 만든 다시 맛이 엄청나게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더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는 내 기억에 이 라멘에는 내가 좋아하는 멘마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엔 멘마에서 하수구 냄새난다고 안 먹었는데 정말 사람일은 모른다. 내가 멘마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확실히 일본 라멘은 짠 음식이다. 물이 계속 들어간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먹게 되는 건 한국의 어느 라멘집도 일본에서 먹는 라멘보다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게 분위기 때문도 있겠지만 메뉴 하나하나의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꽤 차이가 나기 때문인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라멘은 어디에서 먹어야 한다?
일본에서 먹어야 한다.
어쨌든 배도 고팠고 특이한 경험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아쉽게도 내 마음속의 1순위인 꾸덕한 돈코츠라멘을 넘을 수는 없었지만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라멘이기에 나름 만족했다. 하지만 재방문 의사는 당분간 없다. 꼭 이 가게의 후기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있는 라멘 가게가 꽤 여러곳이기 때문에 일단 돌아다니면서 다 먹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거든.
신치토세 공항은 라멘 뿐만 아니더라도 정말로 먹을 것도 많고 정말로 구경할 곳도 많은 공항이다. 공항 투어만 해도 하루를 다 쓸 수 있을 정도인데 어쨌든 맛있는 거 잘 먹고 이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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