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시마네, 그리고 독도
시마네현을 관광하고 있을 때였다. 어둠이 깔린 시간, 마쓰에성을 지나서 숙소가 있는 마쓰에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비가 오던 날 유동인구도 적고 어둑어둑한 길에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어느 간판이 하나 있었다.
다케시마 자료실
내가 시마네현 여행을 준비하면서 회사 동료들에게 '내가 방문하는 곳이 시마네현인데, 일본에서는 독도를 시마네현에 있는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혹시라도 시마네현에서 맞닥드리게 될 '다케시마'에 대해 내가 어떤 마음이 들게 될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어둠속에서 뜬금없이 다케시마 자료실을 만나게 되니 역시나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 심지어 아주 친절하게 한글로 '다케시마 자료실'이라고 적어놨다.
이즈음에서 미리 말해두면 이 글의 목적은 절대로 반일감정 유발이 아니다. 그냥 왜 이렇게 된건지 상황을 알아보고 느낀점을 적어보고 싶을 뿐이니 절대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신증동국여지승람》, 《성종실록》, 《숙종실록》 등을 통해서 독도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테니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근현대사 부분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편입시킨 것은 1905년(대한제국에 통보한 것은 1906년)이었다. 한국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시작을 1910년부터로 정의하지만 일본이 대한 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인 을사늑약이 190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1895년인 것만 봐도 이미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으로 인해 한국의 국권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던 시기였다. 1945년, 일본은 전쟁 이후 패전국이 되었고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SCAPIN(연합국 최고 상부지령) 677호로 독도가 일본 영토로부터 분리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에 반환시키게 된다. 한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과 함께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를 부여하는 행정조치와 함께 독도를 즉각 인수하였고 같은 해 12월 12일 국제연합으로부터 국제사회의 합법적 주권국가로 승인받으며 독도를 포함한 영토에 대한 통치권을 공인받는다. 그리고 대일평화조약에서 이 내용을 재확인 받았다. 일본은 미국·영국 등 연합국과 맺은 대일평화조약에 따라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3167개의 도서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였는데 여기서의 '도서(島嶼)'란 '만조 시 수면상에 노출되어 있으며, 수면에 둘러싸인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를 말한다. 일본은 이 조약에 독도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것을 근거로 자국의 영토라며 영유권을 주장함과 동시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결국 대일평화조약의 해석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 때문에 이와 같은 논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번 한국과 일본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을 탓하기보다 이런 상황을 만든, 그리고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책임자의 모습이 조금 더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이 시기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서 과거에 대한 내용을 흡수하게 되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누군가와의 마찰이 있을 경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지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정치적인 문제, 그리고 외교적인 문제들은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는다.
왜(Why)?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과연 양국, 그리고 양국의 사람들은 '왜'라는 의문에 대해 국민들에게 얼마 만큼의 성의있는 교육과 얼마만큼의 성의있는 답변을 해왔을까?
아직도 누군가는 '독도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의 영토인데 일본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다',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령하고 있다' 단지 그 정도만 가르치고 있다. 사람이 싸워도 왜 싸웠는지를 알아야 해결책이 나오는데 과정 없이 감정적인 결론만 내려버리는 것은 결국 같은 일을 되풀이할 일을 만들게 될테니 절차가 많이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케시마 자료실'이라는 간판 앞에서 발걸음이 꽤 오랜 시간동안 멈춰져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하나의 감정이 크게 올라오는 것보다는 '가깝지만 먼 나라 맞는 것 같다'라는 마음에 멍해진 기분이었는데 하나하나 풀어보려하니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풀 수가 없었다.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봐야할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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