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개명 전 이름으로 예약한 비행기 티켓
일본 에피소드 💬
개명 전 이름으로 예약한 비행기 티켓
오전 9시 30분,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물가는 많이 올랐는데 급여는 별 차이가 없어서 택시비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에 캐리어를 끌고 20분을 걸어가기로 했다. 사실 거의 빈 캐리어나 다름없었거든.
시간도 많겠다 천천히 걸어서 10시 정도에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공항버스는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은 10시 20분에 도착을 했는데 도착하기 전에 카카오톡이 울리더니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왔다.
일본 돗토리현으로 가는 비행편의 경우 오후 1시 20분 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2박 3일을 여행하는 여행객에게는 결코 좋은 비행기 시간이 아닌데 여기서 40분이 더 지연되었단다. 최악이다. 여행하는 시간 1분, 1분이 소중한 시간인데 말이다. 아니다, 그러지 말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공항에 도착해서 맛있는 밥이나 먹고 출국하면 되지 뭐.
그런데 아마 이 때부터였나보다. 하늘이 나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
오전 10시대면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차가 막혔다. 지금까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이렇게 밀린 적이 없었는데 대체 고속도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평소보다 30분이나 더 걸려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원래 예정했던 것보다는 40분 정도 늦게 도착을 한 거지. 뭐 어차피 비행기도 지연되었고, 빠른 출국 수속을 위한 스마트패스도 해놨겠다 와이파이랑 쿠폰북만 수령해서 들어가면 되니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 것 같았다.
먼저 와이파이를 찾으러 갔다. 나는 항상 같은 곳에서 와이파이를 빌린다. 이미 여러 번 가봤기 때문에 따로 지도를 볼 필요도 없이 머리가 기억하는 장소로 가봤는데 카운터가 텅 비어있었다. 분명히 이 자리가 맞는데 없어졌길래 구매내역에서 정보를 다시 확인해보니 얼마 전에 공항 구석으로 이전을 했더라. 별 수 없이 공항의 끝과 끝을 걸어서 와이파이를 찾아왔다.
다음은 에어서울 카운터에 가서 돗토리 쿠폰북을 받을 차례다. 대형 사고는 바로 여기서 터졌다. 쿠폰북을 수령하기 위해 에어서울 체크인 카운터에 가서 에어서울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항공권 구매내역과 여권을 제출했는데 지상직 승무원(이하 직원)이 화면을 뚫어져라 보더니 탑승자 본인의 여권을 달라고 했다. 나는 세월 속 내 얼굴에 변화가 많았나 싶어서 '본인 맞아요'라고 하니 '고객님, 이름이 다릅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3년 전에 개명을 했다. 그런데 귀차니즘 때문인지 자주 사용하지 않던 곳에는 아직 이름을 바꿔놓지 않아서 에어서울 공식 홈페이지 내의 이름이 개명 전 이름으로 남아 있었고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 나는 개명 후 이름으로 여권 등록을 해놓고 개명 전 이름으로 발권과 체크인까지 받아버린 것이었다. 사실을 인지한 나는 그때부터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짜고짜 직원에게, '저 비행기 타려면 뭐부터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직원도 당황했는지 자리를 이동하여 다른 높은 직원에서 확인해 오더니 개명 확인이 되도록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민원발급기의 위치를물었고 저쪽으로 가면 있다는 답변을 받아 그 방향으로 서둘러 걸어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왔다.
다시 체크인 카운터에 줄을 서서 다른 직원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주민등록초본을 제출하니 그 직원도 잠시 자료를 찾아보더니 이름 변경 수수료가 들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또 다른 높은 직원에게 확인하러 갔다. 그러자 이번엔 직접 그 높은 직원이 직접 와서 주민등록초본으로 개명 확인은 되는데, 문제는 일본 입국 시나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을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한글로 된 주민등록초본이 아니라 영어로 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오면 이름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다만, 민원발급기는 영어로 주민등록초본 발급이 불가능했던 것 같다는 말을 남기면서.
아마도 이런 케이스가 좀처럼 없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여기 직원들도 당황했나 보다. 영어로 된 주민등록초본을 어디에서 어떻게 발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못 듣고 나는 또 체크인 카운터를 나왔다. 일단, 민원발급기에서 영어 초본이 정말 불가능한지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한글만 발행이 되었고, 나는 방법을 바꿔서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주민등록초본을 영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보통의 서류는 휴대폰으로 다운로드가 되는데 주민등록초본 영문은 다운로드가 되지 않아서 직접 출력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안내 데스크부터 찾아서 프린트가 가능한 곳을 물었고, 다행히 출국장 중앙의 서점에서 1장에 300원으로 프린트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서점에 도착하니 출력 가능한 컴퓨터와 프린터는 1대 뿐이었고 그마저도 컴맹으로 보이는 대기자 3명이 무언가를 출력하기 위해 조작중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는게 너무 초조했다. 그렇게 내 순서가 왔고 빛의 속도로 정부24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출력을 하려고 누르니 처리 중이라는 글자와 함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좌절의 순간이었다. 이 컴퓨터가 문제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친동생에게 SOS를 쳤다. 내가 카카오톡으로 인증해 줄 테니 제발 내 명의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해서 스캔본 좀 보내달라고. 그런데 동생도 처리 중이라는 단계에서 넘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여기서 또 한 번 좌절이 왔다. 정말 비행기 안 타고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처리중 옆에 담당 부서의 전화번호가 있던 것이 기억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담당 부서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애원했다. '바쁘실 텐데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인천 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개명 내역이 반영되어 있는 주민등록초본 영문판이 필요해요. 그런데 처리 중 단계에서 넘어가지 않고 있어서 제가 출력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출국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데 확인 좀 해주실 수 없을까요? 정말 죄송해요'
사실 처리중 단계에서는 확인 시간이 3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 어쩌면 내가 하는 부탁이 무리한 부탁이었을 수도 있는데 담당부서 직원은 오히려 확인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나에게 개명 전 이름의 영문명을 불러 달라고 하며 주민등록초본 영문판을 발급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 그렇게 처리중 단계에서 출력가능으로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동생은 나의 주민등록초본 영문판을 출력하여 스캔본으로 나에게 전달해 줬고, 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다시 인천공항 서점에서 주민등록초본 영문판을 출력해서 에어서울 카운터로 가서 이름 변경과 재발권을 진행했다. 그렇게 나를 마지막으로 요나고행 탑승 수속이 마감되었다. 끝까지 나를 기다려준 에어서울 직원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 이후에 비행기 티켓 재발권 때문에 스마트패스도 안 먹혔고, 보안검색대에 사람도 많았다.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간까지 여유가 없어서 출국 심사를 마치자마자 탑승구까지 뛰어서 갔다. 악재는 여기까지였는데 쓰다 보니 악재가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여기서 마지막으로 정리 한 번 해보려고 한다.
- 공항버스가 예상보다 4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 와이파이 수령 장소가 바뀌었다.
- 비행기 예약 시 개명 전 이름으로 예약을 해버렸다.
- 주민등록초본을 가져왔더니 영문판으로 다시 가져오란다.
- 순서를 기다려서 프린트 출력을 하려고 하니 출력이 안 됐다.
- 확인해 보니 주민등록초본 영문판은 처리까지 최대 3시간이 걸린단다.
- 티켓 재발권으로 스마트패스가 통하지 않았다.
- 보안검색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 공항에서 난생처음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그렇게 탑승구에 도착한 시간이 1시 40분. 이 비행기가 원래 1시 20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인데 연결편 지연으로 40분 지연에 추가로 30분이 더 지연되는 바람에 나도 이 모든 악재를 이겨내고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가 지연된 것이 고마운 순간이었다.
✅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정확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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