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신오쿠보 혐한시위
내가 도쿄에서 유학을 했던 때는 2012년이다. 이 때는 정말로 한류 붐이 굉장히 크게 일어났던 시기였기 때문에 도쿄에 있는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 가면 한국을 좋아하는 수많은 일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신오쿠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처럼 갑자기 상점 주변이 굉장히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북을 치는 소리와 확성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깃발을 든 사람이 하나 둘 지나가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라는 것을 느끼고 가게의 출입문을 자동에서 수동으로 돌려놓았다.
그 사람들의 정체는 바로 반한시위자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혐한시위자들이었다. 그들은 가게 앞에 둔 물건을 걷어차기도 했고 점내에서 식사 중인 일본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의역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직역한다.
'거기서 한국밥 처먹고 있는 너희들이 일본인이냐, 나가 뒤져라'
'너희 같은 일본인은 필요 없다, 꺼져라'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욕설을 퍼부었을까? 궁금하지?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다 죽여버려'
'조선인은 바퀴벌레다'
'강간범들은 꺼져라'
나는 일본의 험한 말에 대해서는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에 비해서 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험한 말이라고 해도 한국인의 입장에서 별로 타격감이 없기 때문인데 시위의 분위기만큼은 굉장히 무서웠다. 혐한 감정에 거의 눈이 뒤집힌 사람, 실실 웃으며 한국인에게 욕하는 사람 등 내 눈에는 저 사람들이 비열한 사람으로만 보였지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출처를 밝히고 당시 혐한시위의 사진을 가져와서 글을 쓸까도 생각을 했었는데, 이 글의 목적이 반일감정 유발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 기준 등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각자의 나라에서 배워온 역사나 정치 성향 등은 개인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일본에서 반한시위를 하는 일본인들도, 한국에서 노노재팬을 외쳤던 한국인들도 다 이해한다.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겠지. 하지만 스스로가 어른이라면 한국 사람들도, 일본 사람들도 한 번쯤은 꼭 돌아봐야 한다.
과연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타당한 행동인지, 그리고 정치나 미디어의 노예가 되어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누군가가 만든 틀에 갇혀서 그 틀 안에 있는 것만 보고 그 밖의 일은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세뇌와 다를 것이 없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여기에 감정이 더해지면 나 또한 비열하게 다른 화풀이 대상이나 총알받이를 찾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인형이 되어버릴 수 있다. 냉정하지 못하면 보이지 않게 남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그런 자신의 행동이 끝까지 타당한 줄 안다. 나는 그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반일시위도, 반한시위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두 나라 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니까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그런 시위를 한다면 그 대상과 목적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하나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잘못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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