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 여행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돗토리 여행. 돗토리 여행을 떠올리면 코난마을, 다이센산의 쏟아지는 별,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노키타로(ゲゲゲ の鬼太郎)등도 유명하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곳을 뽑으라면 역시 사막을 연상케 하는 돗토리 사구이지 않을까 싶다.
1. 돗토리 사구
🔹 사막이 아닌 이유
돗토리의 사구는 누가 봐도 사막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지만 이곳의 공식 명칭은 사막이 아닌 사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을까?
사막과 사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강우량'이다. 사막은 연간 강우량이 250mm 이하, 혹은 강우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지역으로 모래나 잔해, 암석이 많은 토지를 말한다. 돗토리 사구와 같은 경우 1년 강우량이 무려 2,000m에 이르는 곳으로 위에서 언급한 연간 강우량 250mm 이하의 무려 8배나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막이 아닌 사구라고 부른다.
🔹 인공 사구일까?
이 부분에만 이렇게 모래들이 있는 것이 신기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자료를 찾아봤는데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모래언덕 자체가 만들어진 것은 자연적인 영향이 맞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 넓이가 더 넓었다고 하는데 현재 이곳 주변은 누군가의 생활터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의 관리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주변의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방풍림을 심었거나 제초 작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어 어쨌든 사람의 손길이 닿고 있는 곳이며 방파제 설치, 조수의 변화로 항만에 퇴적된 모래에 대해 샌드 리사이클 작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공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러므로 인공 사구인가라는 대답에 대해서는 해석에 융통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공 사구'라는 말만 들으면 자연적인 영향이 전혀 없이 사람이 무언가를 위해 조성해 놓은 것처럼 해석될 수 있으며, '자연 사구'라는 말만 들으면 인간의 관리 없이 알아서 잘 관리되고 있는 장소처럼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2. 후기
🔹 너무 넓다
사구로 이동하는 버스, 그리고 사구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에는 약간 실망스러움도 있었는데 그 실망감이 만족감으로 바뀌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너무 넓어서 깜짝 놀랐다. 이걸 어떻게 다 카메라에 담아야 할까 영상도 찍어보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봤는데 결국 다 담을 수 없었다.
언덕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언덕이 펼쳐지고, 다른 언덕을 오르니 이번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이건 정말 장관이다. 공식명칭은 사구, 내 마음속엔 사막이라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 오아시스
사구를 걷다 보면 어느 한 곳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이곳에 방문했던 날에는 그다지 좋은 날씨가 아니었고 심지어 전날에는 비가 내렸다. 그래서 이곳에 빗물이 고여있는 것인 줄 알고 사구를 찍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이 사구의 오아시스였다.
이 오아시스는 겨울에서 봄에 걸친 기간에만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이 웅덩이가 말라서 없어진다고 한다. 이 오아시스 주변에는 가끔씩 너구리의 발자국을 보거나 이곳에 사는 곤충을 볼 수 있어 다른 생명들에게 정말로 톡톡한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스리바치
스리바치는 막자사발을 말한다. 꿈과 희망이 무럭무럭 솟아나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약사발에 무엇인가를 넣고 직접 갈아보는 실험 같은 것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곳의 스리바치라는 이름은 사구의 높은 지형과 낮은 지형의 경사면이 사발 안쪽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돗토리 사구의 경우 사구의 최대 높낮이 차이가 무려 90m에 이르며 스리바치의 경사도 꽤 있는 편이기 때문에 경사면을 따라서 올라가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경사면을 따라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도전을 해보겠나 싶어서 신기한 마음으로 봤다. 나는 경사가 더 완만한 쪽으로 이동했는데도 숨이 헐떡거렸는데 아마 급경사를 올랐던 사람들은 꽤 힘들었을 것이다.
3. 주의사항
🔹 낙서 금지
낭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낙서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철수♡영희' 라든가 '2024년 2월 24일, 홍길동 다녀감' 이라던가 말이다. 하지만 돗토리 사구에서는 절대로 낙서를 하지 않도록 한다.
일본의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자연공원에 광고물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 사구에서의 낙서가 광고물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는 했으나 점점 그 규제가 강해져 주오사카총영사관에서 2017년 8월 30일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돗토리 사구의 모래 위에 낙서를 했다가 적발되면 자연공원법 위반으로 30만 엔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낙서 하나에 30만 엔의 벌금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낙서란 도덕적인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에 강한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방문했을 때 이 사실을 모르는 중화권 어린이 세 명이 어디에선가 주운 나뭇가지로 바닥에 낙서를 하고 있더라. 얘들아, 너희 그러다가 부모님이 돈 물어내는 수가 있어 그만해.
🔹 한 여름에는 힘들 듯
내가 방문했던 날은 비가 내린 다음 날이었다. 갑자기 강철부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강철부대에서 하는 여러 미션 중에서 해안가를 걸어야 하는 미션을 보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 중간보다 파도가 들어와서 젖어있는 모래 위를 밟으며 이동하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젖은 모래위를 걸으려고 하는 이유는 땅이 딱딱하여 걷기 쉽고 발이 빠지지 않아 체력소모가 적기 때문인데 내가 방문했을 때 사구가 전체적으로 젖어있는 모래였기 때문에 이동이 편했고 모래가 날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가 만약,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 여름에 이곳에 방문한다면 굉장히 지옥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빛에 반사되는 햇빛과 태영열, 그것만으로 체력 소모가 엄청날 텐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까지 겹친다면 체력소모는 상상 이상으로 커지지 않을까? 일사병과 열사병에 걸리면 당장 피할 그늘이 있는 것도 아니도 모래사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건강상태를 잘 체크하면서 관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 비수기
사구를 비롯해서 여러 관광지를 갈 때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교통수단은 사실 버스가 아니라 택시투어였다. 택시투어 요금이 3시간에 3천 엔으로 굉장히 저렴했거든. 에어서울에서 나눠주는 쿠폰북에도 택시투어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 걸로 알았는데 돗토리에 가기 전에 돗토리현 공식 블로그를 찾아보니 내가 가는 시기에는 이미 투어가 끝났었다. 뿐만 아니라 모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모래 미술관도 휴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관람할 수 없었으며 다이센산 투어의 경우도 별도의 기간이 있어서 정말 관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적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늦겨울보다는 다른 시기가 조금 더 돗토리현을 관광하기 좋을 것 같다.
🔹 식사처
사구 근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사구를 소개할 때 일몰과 별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곳곳에서 봐서 저녁에도 영업하는 상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 이곳의 식당들은 저녁장사를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내가 가고 싶었던 한 가게는 오후 4시까지라고 쓰여있어서 서두른다고 서둘러서 3시에 도착했는데 식사 라스트오더가 2시 30분까지였다. 구글지도의 경우 중요 정보가 빠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먹고 싶었던 해산물 덮밥을 못 먹었는데 돗토리 사구 근처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는 경우 점심시간 이후에는 식사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다는 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4. 가는 방법
🔹 위치
돗토리역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돗토리역에서 거의 7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할 경우 1시간 40분 정도 걸리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 지도의 축척이 1cm당 1km 이므로 사구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버스
돗토리역 북쪽출구를 나와서 왼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버스 정류장들이 보인다.
- 0번 플랫폼 출발 39번 버스 : 사구 센터 전망대(사큐센타텐보다이), 사구 미술관 앞(스나노비주쓰칸마에), 사구회관(사큐카이칸)에서 하차. 사구 미술관 앞 기준으로 380엔
- 3번 플랫폼 출발 32, 33번 버스 : 사큐히가시구치 정류장(380엔)에서 하차
0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39번 돗토리사큐센은 사구가 종점이라서 사구 근처의 더 많은 정류장에 정차하며 3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32, 33번 버스는 사구가 종점이 아닌 경유지이기 때문에 중간에 내려서 조금 걸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구로 이동할 때 우선순위는 32, 33번 버스보다 39번 버스로 하며 시간이 안 맞을 경우에는 32, 33번 버스를 탑승하도록 한다.
🔹 택시
택시투어라면 모를까 그냥 택시를 잡아서 이동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택시로 이동하는 경우 사구회관(사큐카이칸)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돗토리현을 대표하는 관광지, 사구. 일본 소도시 여행은 교통이 잘 되어 있는 일본의 대도시 여행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기에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오지 않고 혼자 여행을 했었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니 가족 생각이 났다. 다음에는 같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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