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이자카야 엔(炭火居酒屋 炎)
아버지와 단 둘이 떠난 홋카이도 겨울 여행. 홋카이도 구청사의 주변 야경을 보고 저녁에 함께 술 한잔 하기 위해 주변의 이자카야를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츠쿠네 맛집 이자카야 엔.
그런데 그 와중에 링크 썸네일이 조금 비호감 같은 느낌이네.
여기서 잠깐, 츠쿠네가 무엇인지 알고 가자. 츠쿠네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다진 다음에 다시 뭉쳐낸 것을 말하는 '완자'에 가까운 음식이다. 츠쿠네를 뜻하는 일본어는 [つくね]로 한국어 표기로 하면 '츠쿠네' 혹은 '쯔쿠네'가 아니라 '쓰쿠네'가 맞지만, 나는 つ(Tsu) 발음을 '츠'나 '쯔'가 아닌 '쓰'로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어를 오랫동안 공부한 내 입장에서 한국어의 '쓰'라는 발음보다는 차라리 '츠'라는 발음이 つ에 더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난 한국어 표기가 바뀌는 날까지 つ의 발음을 '쓰'가 아닌 '츠'라고 하겠다.
우리 아버지가 고기를 좋아하시기도 하고 마침 술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요금제도 있어서 아버지의 첫 이자카야는 이곳으로 하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우선 술 무제한(飲み放題, 노미호-다이)를 부탁했다. 이 가게의 경우 90분, 120분, 180분 등 시간에 따라 술 무제한의 요금이 다른데 지금은 얼마나 하는지 찾아보니 1인당 90분 750엔, 120분 980엔, 180분 1480엔이었다.
안주로는 츠쿠네 모둠과 닭껍질 튀김, 타코 와사비 등을 주문했다. 처음에 나온 음식은 닭껍질 튀김이었다. 이 닭껍질 튀김이 지금은 한국에도 판매하는 곳이 있지만 예전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메뉴 중 하나였다. 게다가 난 원래 삼겹살의 비게나 닭껍질과 같은 기름져서 느끼한 맛이 나는 모든 음식을 잘 안 먹던 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감이 드는 음식 중 하나였지만 언젠가 일본인 친구를 따라서 갔던 이자카야에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나의 음식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과연 아버지의 입맛에는 맞을지 걱정을 했었는데 대행히도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입맛에도 맞았던 것 같다.
다음으로 츠쿠네 모둠이 나왔다. 츠쿠네 모둠은 츠쿠네 꼬치 위에 김치, 유자후추, 치즈, 감자샐러드, 와사비 등의 서로 다른 재료를 올린 것으로 위에 올려진 재료에 따라서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애매할 때는 모둠으로 하나 시키면 딱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것은 치즈였다. 츠쿠네의 육질과 치즈의 꾸덕함이 함께 느껴질 때 시원한 술을 한 잔 넘겨주면 이게 바로 행복이고 이게 바로 나라(?)다. 근데 이거 누가 남긴 유행어야? 설마 정치인은 아니지? 나 여당이고 야당이고 정치인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정확히 몇 잔째 마시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와 1인당 술을 열몇 잔씩 마셨던 것은 기억난다. 맥주, 하이볼, 사와, 츄하이, 매실주, 니혼슈, 칵테일을 비롯해 정말 여러 술을 다 섞어 마셨다. 이 날 아버지가 감기몸살로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온 부자 여행이니까 끝까지 즐기시는 투혼을 보여주셨는데 아버지에게 어떤 술이 가장 맛있었냐고 물으니 카시스가 들어간 술이라고 해서 내가 나중에 일본인 친구를 통해서 카시스를 선물 받아 집에서 술을 만들어드렸던 기억이 난다.
술이 한 잔씩 들어가면서 우리들만의 술 품평회(?)를 열어서 그런지 다른 안주를 찍지를 않았나 보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신나게 마셨으면 그걸로 됐지 뭐. 생각해 보면 친구들이랑 술집에 다니거나 회사 사람과 술집에 다니거나 해도 이때 아버지와 함께 둘이 술을 마시러 갔던 것만큼 행복했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기회가 되면 또 함께 아버지와 술 한잔 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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