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분실물 습득 시 꼭 파출소로
일본 나고야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나고야의 사카에라는 지역에 숙소를 잡고 저녁에 주변 산책을 위해서 사카에역 근처에 있는 미라이타워라는 곳을 걷고 있을 때였다. 어두운 밤길을 걷다가 내 시야에 두툼한 검은색 수첩으로 보이는 물건이 눈에 보였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괜히 궁금해져서 그 물체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보니 지갑이었다.
지갑이라...
지갑을 열어보니 꽤 많은 각종 카드와 현금이 들어 있었는데 신분을 확인해 보니 일본 사람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한 국가의 사람으로 보였다. 일본에서 거주 중인 사람이라면 외국인 등록증이 있을 텐데 외국인 등록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일본에 단기로 관광을 온 관광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나보다 10살 정도 많은 것을 봐서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었겠구나 하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고민할 것이 뭐가 있겠어? 당연히 파출소에 가져다 줘야지.
산책을 하다가 말고 휴대폰으로 파출소부터 찾았다. 그리고 지갑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 손으로 보이게 들은 채 파출소로 걸어갔다. 혹시라도 내가 이렇게 들고 걸으면 지갑 주인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
일본어로는 코방이라고 하는 일본의 파출소는 한국의 파출소에 비해서 규모가 굉장히 작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1~2명만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위에 사용한 사진은 그냥 좋은 곳일 뿐이고 실제로는 아래 사진과 같은 곳도 꽤 많다.
경찰이 없어서 한 참 기다리다가 간단한 인적 사항을 말하고 습득한 지갑에 대한 정보를 말하고 파출소를 나왔다.
일본의 경우에는 분실물이 원래의 주인에게 다시 돌아갈 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내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을 때, 내 일본인 친구가 은행 ATM에서 월세와 다른 기타 생활비가 필요해서 10만 엔을 인출한 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그 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확한 분실 장소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 때 남아있던 단서는 단지 10만엔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은행 봉투에 돈이 들어있었다는 것뿐. 하지만 며칠 뒤 그 돈은 친구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런 나라구나.
나에게 감탄을 줬던 나라에서 내가 분실물을 습득한 사람이 되어보니 꼭 주인을 찾아줘야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종의 사명감이랄까? 과연 지갑을 잃어버린 동남아 관광객에게 지갑이 잘 돌아갔을까? 너무나도 걱정을 많이했을텐데 부디 잘 돌아갔기를..
'💬 여행 이야기 > 🔸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에피소드 💬 인형뽑기 (4) | 2023.12.17 |
---|---|
일본 에피소드 💬 500원?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 | 2023.12.16 |
일본 에피소드 💬 일본 철도 자살 사고 (6) | 2023.12.06 |
일본 에피소드 💬 일본 연예인 잇코(IKKO)상? (2) | 2023.11.24 |
일본 에피소드 💬 지진이다! (3) | 2023.1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