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코라고 불리는 모지항에는 유명한 음식, 유명한 장소가 여러 곳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바나나'가 아닐까 싶다.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안 반하나?' 발음이 비슷한 것이 재미있어서 이런 실없는 농담을 하고 다니던 때가 생각나는데 일본 음식도 아닌 이 바나나가 모지항에서 가장 유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1. 바나나
🔹 바나나가 처음 들어온 곳
모지항에서 바나나가 유명한 이유는 대만의 바나나가 일본에 처음으로 수입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1903년 이후로 보고 있는데 이 때는 대만이 일본의 통치하에 있었고 모지항, 시모노세키가 대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편이었기 때문에 바나나가 대량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
모지항에는 「バナナの叩き売り」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그대로 해석하면 '바나나+두드리기+판매'라는 뜻이 되는데 이 판매 방법은 2017년 일본 유산 간몬 노스탤직 해협의 구성문화재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바나나는 이미 익기 시작하면 그 유통기한기 긴 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익지 않은 바나나를 수입/수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지금이야 기술이 발전해서 배송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의 기술이 없었으니 배송 중에 하품으로 분류된 바나나가 지금보다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바나나, 즉 시장에서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바나나는 가능한 한 빨리 판매를 해야 했고 사람들을 모아서 판매하던 방법이 이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 방법이었다.
내가 모지항에 방문했을 때는 이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를 볼 수 없어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생각외로(?) 바나나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었다. 하긴, 바나나를 두드리면 바나나에 멍이 들어서 더 상품가지가 없어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지. 이름만 듣고 오해할 수 있는 이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 방법은 손으로 박수를 친다거나 손에 쥘 수 있는 나무도 주변의 것들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모은 후 판매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판매 방법이 조금씩 유행하기 시작해서 노래나 75조 등의 요소가 도입되어 간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이 판매 방법은 옛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을 해소해주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신선함을 전하고 있다고 한다.
2. 숨겨진 슬픔
🔹 한국인이라면 알아두자
모지항을 여행하다보면 그저 레트로적인 느낌에 취하기 마련이지만 이 장소는 어떤 한국인에게는 슬픔으로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이 모지항은 평상시에는 무역항으로 쓰였지만 전쟁이 있을 때는 출정식을 하던 항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의 군사 산업을 한층 확장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야하타제철소(八幡製鐵所)에서 강제 징용한 조선인들이 입항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는 많은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사실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의 발이 닿는 모든 곳이 슬픔의 장소였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역사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크투어, 다크투어리즘으로 접근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행 목적이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속 어딘가에는 조금은 경건한 마음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3. 포토스팟
🔹 바나나 노점상 발상지
맞은편의 카레혼포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다가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발견해서 저곳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가봤더니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의 발상지가 있었다. 모지코역을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에는 바나나 두드리기 판매에 대한 약간의 설명도 같이 볼 수 있었다.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참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 부러웠다.
🔹 바나나 노점상 발상지
모지항에서 나와서 모지항 레트로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우스꽝스럽게 생긴 바나나동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나나동상은 바나나맨과 바나나맨 블랙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
바나나맨과 바나나맨의 포즈를 따라하면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찍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3. 후기
🔹 바나나 디저트
이곳이 바나나가 처음 들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보니 주변에 바나나를 이용한 음식이 정말 많다. 아이스크림, 쿠키, 빵, 심지어 바나나 야끼카레까지 너무나 다양한데 내가 이곳에 방문했을 때 날씨가 너무나도 변덕스러워서 밖에서 무언가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바나나로 만든 디저트를 하나도 먹지 못하고 시모노세키로 이동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너무 아쉽다.
🔹 사진은 질서 있게
사진 명소에 사람이 많이 몰려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줄이 생긴다. 사진 명소가 눈에 들어왔어도 주변에 줄을 선 것처럼 보이면 자연스럽게 그 뒤로 이동해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또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는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는 것은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므로 자연스럽게 뒤쪽으로 돌아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 숨겨진 바나나들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바나나 동상이 아니더라도 하수구 뚜껑에서도 바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일본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지역마다 하수구 뚜껑의 그림이 다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도 또 하나의 사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찍어보자.
'바나나가 처음 들어온 곳'이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꼭 그 마을에 가봐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타이틀로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또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든 것은 이 지역의 노력의 결과물이지 않나 싶다. 앞으로도 잘 관리되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검색의 편의를 위해 글의 제목을 '기타큐슈 여행'으로 했지만, 기타큐슈는 현의 이름이 아니며 후쿠오카현에 있는 한 도시의 이름이니 이 부분에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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