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친구야 도와줘!
약 1주일 동안 한국어를 한 마디도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만 사용하고 오겠다는 꿈을 품고 첫 번째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도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서 일본인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펜팔 사이트를 들락날락했고, 드디어 내 나이 또래의 친구를 몇 명 사귈 수 있었다. 그중 한 친구의 이름은 에리. 처음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나를 위해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주기로 했다. 이 친구가 사는 곳은 미에현. 당시에는 지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을 때라서 잘 몰랐지만 일본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미에현에서 간사이 공항까지는 엄청나게 먼 거리다. 미에현청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160Km 정도니까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 정도 될 것 같다.
친구는 길을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정말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주었다. 철도가 어려울까 봐 버스로 숙소가 있는 난바까지 같이 이동해줄 정도였으니까. 숙소는 긴테츠 닛폰바시에 있는 한 숙소였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서 OCAT에서부터 숙소까지 지하상가를 통해 걸어갔다. 소요시간은 도보 15분.
에리가 저녁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과 디저트를 함께 먹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스티커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12년 전 사진 투척!
그렇게 오사카 여행을 즐기던 어느 날 이었다. 이 날도 에리처럼 처음 보는 친구를 만나는 날이었다. 그 친구를 A라고 하자. A는 오키나와 출신으로 교토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였다. 지리를 잘 모르는 나를 위해 교토에서 A가 와주었는데 오사카에 대해서 잘 몰랐던 A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교토에 가서 놀자고 했고, 나도 교토에 가보고 싶어서 A를 따라 교토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토에서 A와 마찰이 생겼다. 시간이 2시인데 이미 배가 고파서 여러 차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해도 자기는 배가 아직 안고프다고 계속 거절했고, 함께 있는 내내 계속, 계~~속 덥다고만 했다.
교토는 일본에서도 아주 더운 지방에 속한다. 약간 대구 느낌이랄까? 게다가 기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섬나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습도도 높다. 높은 습도에 높은 기온은 사우나를 방불케하지. 게다가 지금은 8월인데 8월은 1년 중 가장 더운 달이다. 뿐만 아니라 A는 8월 땡볕 아래에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었다. 내가 입힌 게 아니다. 자기가 그렇게 입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섭섭해졌다. 섭섭함은 곧 짜증으로 변했고, 짜증은 곧 화로 옮겨갔다. 하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웃으면서 친구에게 말했다.
'나 다른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 너 더워서 힘들면 그냥 집에 돌아가도 돼.'
A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의 짜증의 한계치는 이미 넘어선 상황이었다. 두 시까지 밥도 안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교토역에 앉아 있는 건 말이 안 됐다. 심지어 나는 여행을 온 관광객이라 시간이 한정적이란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웃으며 돌려보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때는 구글지도를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고, 전철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 전철을 타는 방법까지도 몰랐다. 한국 철도는 환승할 때 굉장히 편한데 일본은 철도 회사가 여러 곳이기 때문에 환승할 때 관리 회사가 다르면 티켓을 새로 끊어야 한다. 물론 교통카드에 돈을 넉넉히 넣어뒀으면 환승할 때 굉장히 편하겠지만 열차 타는 법도 모르는 내가 교통카드가 어디에 있겠어.. 화나서 내세운 자존심에 나만 곤란해져 버렸다.
호텔에는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멀리 와버렸고, 물어봐도 사투리가 섞여있어 알려줘도 모르겠고, 환장할 노릇이었지. 그때 생각난 사람이 에리. 역 어느 곳에 쭈그려서 에리에게 연락을 했다. 나 오사카로 돌아가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그렇게 에리가 교토까지 와주었다.
에리는 급한 마음에 차를 가지고 왔는데 나를 데리고 오사카에 갔다가 미에현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나를 교토역에서 호텔 근처로 환승 없이 갈 수 있는 전철을 태워주고 다시 미에현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호텔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도 잊지 못한다. 긴테쓰선.
호텔에 돌아와서 오늘 나를 교토까지 데려갔던 A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더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차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나의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보상심리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나의 친절이 값어치 없어지는 모습으로 남겨지는 게 싫어서 그렇다. 나는 A를 차단하지 않는 것이 내가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 생각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리와는 지금도 가끔씩 연락한다.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친구지만 그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친구거든!
(번역)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에서 6년 만에 우연히 만난 나의 소중한 친구 홍씨.
서로 눈을 의심한 한국에서의 아침 (내가 안내사로 일하고 있는 걸 말 안 했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침)
소년소녀에서 이제 오빠 누나가 되었네 (나이 들었다는 말)
주름살이 늘어도, 머리가 벗겨져도 친구 하자!
✅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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