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저 혼자 왔어요!
내가 처음 일본여행을 갔을 때가 2011년 8월이었다.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일본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여자친구와 헤어져 마음이 허전하기도 했고, 그 허전함을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채워 장학금도 탔기에 기분 전환 겸 일본에 가보자고 생각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때 일본을 갔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할 마음이 들었고, 그때부터 일본을 밥먹듯이(?) 들락날락거렸으니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나의 첫 여행은 오사카였다. 여행지를 정할 당시에 도쿄와 오사카를 두고 고민했었는데 일단 도쿄행 항공권이 비쌌다. 그리고 부산이 아닌 수도권에 살고 있는 나에게 서울 같은 도쿄보다는 부산 같은 오사카가 더 여행지로서의 흥미가 있기도 했었다. 그렇게 오사카로 정했다. 여행은 4박 5일이었다. 첫 해외여행을 혼자서 4박 5일간 가겠다는 용기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건지 지금도 궁금하긴 하지만.
무슨 낭만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꼭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싶어 많은 항공사를 제쳐두고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를 예약했다. 당시에는 여름 성수기이기도 해서 비행기도 작은 비행기가 아니라 큰 비행기가 운항을 했다. 나는 □□□ □□□□ □□□ 좌석에서 □□■ □□□□ □□□에 앉았다. 창가 쪽으로는 내 또래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의 손에는 출입국 할 때 필요한 입국심사카드가 들려 있었다. 심지어 작성까지 되어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입국 심사카드가 없는데 저 사람들은 들고 있네? 나 입국 못하는 거 아니야?'
귀가 시뻘게져서 옆 사람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저 그거 없어요!!!'
그러자 옆 사람도 당황했는지 말이 없다. 몇 초간의 침묵 후 여행사에서 왔는지 개인 관광객인지 묻더니 자신은 여행사에서 예약한 단체 관광객으로 가이드가 미리 작성해서 줬다고 했다. 이 옆사람 지금 생각하면 니즈파악 오졌다. 어쨌든, 비행기가 뜨면 승무원이 종이를 나눠주니 그때 적으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잠시 후 비행기가 떴고, 승무원이 종이를 나눠줘서 잘 적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귀가 시뻘게질 일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아까 나에게 입국 심사카드를 줬던 승무원이 자꾸 내 옆사람에게 와서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거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여행사를 끼고 오면 저런 게 좋은 거구나'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당시의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는데 여행사를 끼고 오면 비싸지만 여행이 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 인식 때문에 승무원까지도 여행사를 끼고 온 사람을 하나하나 챙겨준다고 오해를 했던 거다. 잠시 후 기내식을 나눠주는 시간이 되었다. 아까 그 승무원이 창가 쪽에 앉은 여성에게 기내식을 줬다. 그리고 내 옆사람에게도 기내식을 줬다. 그다음 나에게도 기내식을 주려는 순간, 내가 다급하게 손사래 치며 소리쳤다.
'저 혼자 왔어요!!!'
그렇게 또 한 번 찾아온 순간의 정적. 저가항공 비행기들은 의자에 별도의 리모컨이나 호출 버튼이 없지만 조금 더 윗단계의 비행기들은 의자 팔걸이 아랫부분에 리모컨이나 호출 버튼이 있는 경우가 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은 실수로 그 버튼을 여러 번 눌렀던 거고, 승무원은 호출이 들어왔으니 무엇이 필요한지 물으러 왔던 거였다. 근데 그 버튼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나는 비싼 돈을 내고 여행사를 끼고 온 사람에게 승무원이 더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 기내식을 기내식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기내식까지도 여행사를 끼고 온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승무원이 나도 여행사에서 온 사람으로 착각해서 기내식을 줬을 거라는, 이 기내식을 받으면 추가 요금을 내거나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거다. 그래서 급하게 소리쳤던 거다.
옆 사람이 웃는다. 승무원도 미소를 짓는다. 그때 번쩍 생각이 들었다.
'아... 나 또 실수했구나.'
승무원이 눈치가 빠르다. 당황해하는 나와 정신 차린 나를 보며 미소로 화답하며 조용히 기내식을 놓아주고 지나간다. 나는 귀가 뻘겋게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인 채 기내식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는 실수들이지만 긴장감이 나의 모든 것을 지배해 버린 순간,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없었다. 지금이야 웃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세상을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해도, 술을 많이 마셔도, 열받아서 폭주해도 그렇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긴장하지 말자. 여유를 갖자.
✅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정확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해 주세요.
'💬 여행 이야기 > 🔸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에피소드 💬 엘리베이터야 열려라! (0) | 2023.09.17 |
---|---|
일본 에피소드 💬 안녕? 건강해? (2) | 2023.09.11 |
일본 에피소드 💬 뭐라고 하는거야? (2) | 2023.09.05 |
일본 에피소드 💬 친구야 도와줘! (2) | 2023.09.01 |
일본 여행 체크 💬 제현레벨(制県レベル) (2) | 2023.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