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마쓰야마성에 방문했을 때였다. 아쉽게도 벚꽃이 지고 있을 때였는데 저 멀리에서 예쁜 꽃나무가 하나 보였다. 그 나무를 보는 순간, 저 나무 사이로 마쓰야마성을 찍으면 기가막힌 사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그곳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나의 직감상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네 명이 내가 본 장소로 가더니 셀카로 꽃과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우선은 먼저 사진을 찍으시게 기다려드리고 있었는데 구도상 셀카가 아니라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더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아주머니들께 말을 걸었다.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그러자 한국인 아주머니들은 이런 곳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서 너무 반갑다며 세상 높은 텐션으로 사진을 부탁했고, 나는 관광통역 안내사 10년의 짬밥(?)을 살려서 예쁜 구도로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 때 사진이 아래와 같은 구도였는데 이 색감은 정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색감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건네고 확인 한 번 해달라고 하자 다들 사진이 너무 예쁘다며 '오빠 고마워'를 연발하셨다. 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보니 '오빠'라고 불러준다면 상대방은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것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아주머니들의 기분에 따른 호칭을 알아보고 가자.
기분이 좋을 때 | 기분이 보통일 때 | 기분이 나쁠 때 |
오빠 | 총각 | 아저씨 |
나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여러 번 해봤기 때문에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줬으면 하는 순간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었던 것인지 항상 누군가가 찍어주는 사진은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여러 번 부탁하면서 다시 찍는 것도 조금 그래서 그 이후로부터는 시간이 걸려도 내가 찍는다고 셀카봉을 챙겨서 다녔는데 내가 사진을 찍어드린 아주머니들처럼 외국에서 언어까지 통하지 않는다면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높이의 허들을 넘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을 때 그렇게 반가워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홍씨의 호의(好意)의 데이' 기념(?)으로 마쓰야마성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한국인들이 보이면 사진을 다 찍어드렸다. 아무쪼록 나중에라도 내가 찍어드린 사진을 보면서 즐거웠던 마쓰야마 관광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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