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새치기하지 마세요.
에히메현 마쓰야마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오카이도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12시 4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 20분 전쯤에 도착하면 그래도 여유 있게 창가 쪽 자리게 앉겠지라고 생각하며 캐리어를 끌고 왔는데...
줄이 길다.
깜짝 놀랐다. 내 기준에 20분 전에 도착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대체 이 앞에 캐리어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풍경, 나이키에서 한정판 출시했을 때 전날 가게 앞에서 노숙하면서 대기하고 있는 그런 느낌과 같았다. 어쨌든 줄을 서야 버스를 타니 캐리어를 세워놓고 사람들이 통행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길을 비워두고 있었고 나는 공항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는지 앞에서부터 캐리어가 몇 개인지 세어 보았다.
그때였다. 새치기범(?)이 나타난 것이.
위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택시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캐리어들이 일렬로 나란히 있으니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택시 기사는 손짓을 해가며 택시에 탑승하려는 사람이 다닐 통로를 비워달라고 하고 있었고 이 일본어를 알아들은 사람은 택시의 문 크기 하나만큼 캐리어를 띄워 공간을 마련해 줬다.
그런데 내 이후에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도 나랑 똑같이 수많은 캐리어줄을 보고 공항버스에 제대로 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나 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지.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캐리어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저 뒤에 있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한국인 남성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맨 뒤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더니 택시 통로 앞을 서성인다.
홍씨는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우사미짱처럼 예리한 눈을 가졌다. 타고난 것은 아니고 워낙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계속 해오다 보니 꽤나 눈치가 빨라져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앞으로 뭘 할지 대충 파악이 된다. 20대 후반의 남성의 다음 행동은 안 봐도 뻔하다.
새치기하겠구나.
20대 한국인 남성은 그렇게 택시 통로를 위해 비워둔 공간에 슬쩍 자기 캐리어를 세웠다. 그리고 뒤에 줄지어진 캐리어들을 돌아보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앞으로 새치기 한 캐리어남을 응징(?) 하기 위해 몇 명의 한국인이 다가가서
택시 통로를 위해 비워둔 공간이니 저 뒤에 가서 줄 서세요.
라고 말했고, 20대 캐리어남은 아무 말 없이 캐리어를 끌고 다시 뒤로 갔다. 물론 정말 몰라서 새치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우선 그 사람은 맨 뒤에 줄을 서있다가 앞으로 캐리어를 끌고 왔다. 그리고 캐리어를 조용히 밀어넣고 주변을 돌아본 후 그 자리를 바로 뜨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보통은 모르고 실수한 것이라면 미안하다고 한 마디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은데 이 사람은 전혀 그런 것이 너무 당당하게 돌아섰다. 그런 모습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이 사람은 '대놓고 새치기를 하려고 했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뭐 이 정도 되면 새치기 자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시도했을지 모르지. 왜냐하면 앞에 줄지어 있는 캐리어의 수 때문에 공항버스를 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곳에 있던 많은 사람에게 드는 상황이었거든.
결국 그 사람은 첫 번째 공항버스에는 탑승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공항버스가 운행하며 승객들을 수송해서 그 사람도 공항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인데 과연 새치기 한 당사자는 본인의 행동이 부끄러운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까?
옛 말에 권선징악이라고 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은 결국 어떻게든 본인에게 나쁘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착하고 예의바르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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