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미키는 세상에 하나뿐이야
일본에서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놀이공원에 가면 놀이기구를 많이 타야 본전을 뽑는다는 홍씨의 고정관념(?) 목표(?) 때문에 다음에는 어떤 놀이기구를 탈까 하이에나처럼 기웃기웃거리고 있을 때 어딘가에 엄청나게 많은 줄이 보였다.
아, 이 줄은 인기 있는 놀이기구겠구나
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는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 놀이기구라면 아마도 대기줄을 잘 서있을 수 있도록 어떤 시설이 있었을 텐데 그런 시설 없이 그냥 물가를 중심으로 빙~ 둘러가며 줄만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서는 멀리서 디즈니랜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팻말을 들었다. 그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대기시간 1시간 30분
물가를 중심으로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니 수중 어트렉션 같은데 대체 어떤 어트렉션이길래 에버랜드의 T익스프레스만큼의 대기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물 위에는 어떠한 놀이기구도 보이지 않아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었는데 5살도 안 된 것 같은 꼬맹이가 방방 뛰는 것을 보니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깐만, 저 꼬맹이가 탈 정도의 놀이기구라면 굉장히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는 아니라는 뜻인데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증을 파헤쳐보기로 했다. 대체 어떤 놀이기구인지.
친구야 이건 어떤 놀이기구야?
이 줄은 놀이기구가 아니고 미키랑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야.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리액션이 고장 나버렸다. 놀이기구가 아니라 미키랑 사진을 찍기 위해서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 있는 이 인파. 비싼 돈 주고 들어온 디즈니랜드인데 미키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 1시간 30분을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 같았으면 놀이기구라도 하나 더 타기 위해서 눈치싸움을 하며 다른 놀이기구를 찾아다녔을 텐데 사진을 찍기 위해 우직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차피 인형 탈이잖아? 사람이 들어 있는 건데..
그건 그런데 미키는 세상에 하나뿐이거든.
이 대답도 너무 신기했다. 미키는 세상에 하나뿐이라서 지금 여기에 미키가 있다는 것은 다른 어느 장소에도 미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줄을 서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미키마우스는 일본 캐릭터가 아닌데 저렇게 까지 열광을 해?
- 저 사람들은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 쥐 중에서 가장 성공한 쥐가 미키마우스일 것 같아.
대답해 준 친구가 고생을 했다. 고의는 아니었어도 졸지에 동심파괴자가 되어버렸지만 이때의 이 경험이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것이 정말 디즈니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 캐릭터 산업이 성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다.
뭐 어쨌든 공부는 공부고 홍씨는 모두가 예상하듯 줄을 지나쳐서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 여행 이야기 > 🔸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에피소드 💬 JR 도호쿠 · 미나미홋카이도 레일 패스 교환이 안된다고? (2) | 2024.07.13 |
---|---|
일본 에피소드 💬 승객을 기다리다가 지연 출발한 항공기 (16) | 2024.07.03 |
일본 에피소드 💬 누군가가 EMS 국제우편을 열어보았다 (6) | 2024.06.06 |
일본 에피소드 💬 새치기하지 마세요. (8) | 2024.06.01 |
일본 에피소드 💬 제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4) | 2024.05.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