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무료 안내소
나는 한국에서 관광업에 종사하기 전까지는 관광안내소라는 곳에 관심조차 없었다. 어디를 가나 가이드북을 보며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고, 현지에서는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아서 다니고는 했는데 한국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면서부터는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꼭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내가 다녀봤던 일본의 관광안내소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추천'이었다. 내가 하고있는 업무는 회사 규칙상 식사나 관광지, 교통수단에 대해 개인적인 추천이 금지되어 있어서 관광객에게 다양한 수단을 제시하고 관광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내가 가봤던 일본의 관광안내소는 관광지 추천뿐만 아니라 맛집 추천, 교통수단 추천 등이 자유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안내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지인이 추천해 주는 곳'이라는 하나의 확실한 카드가 생긴 느낌이라서 고민할 것도 없이 추천받은 곳으로 가고는 했다.
여행 초보였던 어느 시절, 언젠가 한 번은 게임센터와 술집이 밀집해 있는 유흥가와 환락가를 지나다가 '무료 안내소'라는 장소를 발견했다. 보통 관광안내소는 관광지나 큰 역에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게임센터와 술집이 밀집해 있는 곳에 안내소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이런 곳에도 관광안내소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돕는구나라는 마음에 약간 감동을 받았었는데 그 생각이 변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상한 점이 너무 많았거든.
- 조폭같이 생긴 아저씨들이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안내소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거의 꾀죄죄한 남자거나 나이가 많은 남자들이었다.
- 안내소 주변에 관광과 관련된 가이드북이나 포스터가 단 하나도 없었다.
- 안내소 자체가 오픈된 형태가 아니라 최대한 안쪽이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었다.
- 무료 안내소라는 곳에 '관광'이라는 글자가 없었다.
이러한 의심들이 들어서 무료 안내소에서 멀리 떨어져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결과 역시나 이곳은 관광안내소가 아닌 다른 것을 알선하는 장소였다. 이 '다른 것'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설명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글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안내소가 위치하고 있었다는 장소를 생각하면 그 답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안내소'라는 단어는 '관광안내소'라는 느낌이 강하고 '인포메이션'이라는 단어는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장소'와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일본의 이 '무료 안내소'를 관광안내소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꽤 있는지 인터넷에서는 이 '무료 안내소'를 조심하라는 글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나도 실제로 이 장소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내 지인 중 한 명은 직접 이곳 통해 안내를 받고 신나게 놀다가 자신이 지갑이 탈탈 털려서 나왔었다. 그러고서는 엄청나게 후회하더라. 그래도 어쩌겠어? 자기가 선택한 일인 걸.
혹시나 일본 여행 초보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곳은 절대로 관광안내소가 아니니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하자. 일반적인 관광안내소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큰 역 내부, 혹은 관광지 주변에 있다.
- 안내소 주변으로 관광과 관련된 정보가 진열되어 있다.
-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이거나 오픈된 구조가 많다.
- 너무 늦은 심야 시간에는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다.
- 관광안내소는 TOURIST 라는 글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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