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깻잎 아니야?
나는 요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요즘은 워낙 배달 앱이 발달해서 자주 시켜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서 유학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야채 곱창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한국이면 간단히 야채곱창을 사 먹을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참 그게 어려우니까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집 근처 마트로 곱창에 필요한 곱창과 각종 야채를 사러 갔다.
너무 먹고 싶었던 만큼 많이 만들어서 먹겠다는 마음으로 곱창도 많이 사고 양파나 양배추, 당근 등 야채를 하나하나 골라서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깻잎을 사기 위해 야채코너를 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깻잎이 없는 거다. 내가 먹고 싶은 야채곱창의 필수 재료 중 하나는 바로 이 깻잎인데 어떻게든 꼭 깻잎을 넣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보다가 드디어 깻잎을 발견했다.
그렇게 재료가 다 갖춰졌다. 기쁘다. 이 기쁜 마음을 담아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민트맛 캔디를 하나 물고 룰루랄라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재료준비부터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깻잎과 야채를 넣고 한 번 더 볶으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깻잎인데 깻잎의 향이 아니다. 뭐랄까 굉장히 향긋한 민트 같은 느낌의 냄새다. 나는 집에 오면서 담배도 피웠고 민트맛 캔디도 하나 먹었기 때문에 무조건 내 코가 잘못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다 때려 넣었다. 요리가 완성되고 한 입 가득 넣은 순간 패닉이 왔다.
굉장히 향긋한 허브로 볶아낸 것 같은 곱창볶음.
이건 채소가 상해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굉장히 향긋하다. 허브도 민트도 아닌 것이 동남아식 곱창볶음이 있다면 이런 맛일까 싶을 정도로.
재료를 엄청 넣었으니 버리기도 아까워서 그냥 열심히 먹었다. 맨 정신에는 못 먹을 것 같은 충격적인 향이었기 때문에 술부터 엄청 마시고 취한 다음에 그냥 먹었다. 그러면서 대체 내가 사 온 이 깻잎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봤다. 내가 먹은 건 역시 한국에서 먹던 그 깻잎은 아니었다.
일본요리의 재료로 자주 사용되며, 진한 맛에 쌉쌀한 포인트를 주기 위해 넣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깻잎과 비슷한 모양지만 향이 강하고 익숙하지 않은 재료라 잘 못 먹는 한국인이 많다. 일본에 가서 초밥이나 오세치 요리를 먹었는데 맛이 이상했다고 느껴진다면 십중팔구 차조기가 들어간 경우다. 반대로 차조기를 먹지만 깻잎은 먹지 않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깻잎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못 먹는다고.
차조기, 일본에서는 시소라고 부르는 잎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에서는 깻잎을 잘 안 먹는단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나 신오쿠보 지역에는 있을지 몰라도 일반 마트에 깻잎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아주 충격적인 곱창 볶음을 먹은 이후 그다음부터는 한 동안 시소를 거들떠도 안 봤지만 언젠가 한 번 야키토리집에서 돼지고기와 시소를 말아서 구운 시소마키를 먹어보니 또 그 향이 나쁘지 않더라. 그래서 지금은 나에게 충격을 줬던 시소를 좋아한다. 추억의(?) 시소 다음에 일본에 가면 또 먹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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