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오하요-
신오쿠보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한 달 사이에 다섯 명이나 그만뒀다. 큰 가게가 아니라서 한 순간에 다섯 명이나 빠져버리면 가게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인데 보란듯이 이렇게 다섯 명이나 퇴사를 한 이유는 돈에 눈이 멀어버린 사장의 히스테리 때문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시위(?)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이었거든.
그렇게 다섯 명이 그만뒀는데 그 중에는 점장님도 계셨다. 그런데 그 점장님이 퇴사를 하더니 아예 자신이 가게를 차려버렸다. 함께 일했던 정도 있고 그래도 나에게는 잘해주셨던 점장님이셔서 나는 워킹홀리데이 막바지에는 점장님의 일을 도와주러 자주 가게에 방문했었다.
점장님이 새로 오픈한 가게는 1층에 있었고, 2층에는 스낵바가 있었다. 언젠가 한 번 오후 다섯시쯤 가게를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2층의 스낵바 남자 사장이 출근하는 것이 보였다. 돌아서서 모른체 할까 하다가 그래도 몇 번 얼굴을 봤었기 때문에 먼저 인사를 건냈다.
곰방와(저녁인사)🌙
그런데 이 점장이 나를 보면서 씩 웃더니 같이 인사를 해준다.
오하요-(아침인사)☀️
평소에도 건들건들한 이미지의 이 남자 사장이 나에게 '오하요-'라는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일본 겨울의 오후 5시면 밤인데, 그러면 저녁인사를 해야하는거잖아? 그런데 '오하요-(아침인사)'를 한다고? '분명히 쟤, 술취했거나 내가 그정도도 구분못하는 한국인일거라고 생각하고 나를 놀리려고 하는거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집에 가는길에 계속해서 그 '오하요-'라는 인사가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이 때만 해도 혐한 시위가 많을 때라서 스낵바의 사장 녀석도 혐한인가 싶어서 일본인 친구에게 이 날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일본인 친구가 웃으며 물어본다.
스낵바 오픈 시간이 몇 시였어?
오후 여섯 시라고 대답하자, 그래서 '오하요-'라고 인사를 한거라는 동문서답을 내놓는다. 나는 이해가 안 되서 저녁인데 왜 '오하요-'라는 인사를 한건지 묻자 친구는, '스낵바의 오픈 시간이 오후 6시라는 것은 스낵바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그 시간부터 하루가 시작이라는 의미'라고 대답을 해줬다. 그러니까 '오하요-'라고.
듣고보니 그럴싸했다. 나는 '오하요-' 혹은 '오하요- 고자이마스'라는 인사를 '아침 인사'라는 틀 안에 넣어놓고 있었는데 이 폭을 조금 더 넓혀서 생각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라는 뜻도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아침이라는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의 의미가 크지만 오후에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게 하루의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후가 하루 일과의 시작인 사람에게는 '곰방와'가 아닌 '오하요-'였던 것이고.
잠깐의 오해로 인해 순식간에 2층 스낵바의 사장이 나에게는 건들거리는 혐한 양아치가 되었지만 사실 알고보면 착하고 상냥했던 사람이었다. (말이 이렇게 바뀐다고?)
오해해서 미안해요, 2층 스낵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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