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비행기에 탄 아기
2023년 말까지만 해도 일본을 서른 번을 다녀왔다. 일본 내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한 적도 있었으니 왕복으로만 잡아도 비행기를 60번을 넘게 탄 것인데 언젠가부터 비행기에 타면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주변 스캔이다.
이제는 너무 흔해서 어디로 가는 비행기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비행기를 탈 때는 내 근처에 아주 놓은 확률로 아기가 있었다. 아기가 있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사람도 있지만 아기가 있는 비행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그 아기가 울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이른 아침 비행기였다. 출발이 살짝 지연되어 항공기에 탑승 후 활주로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준비하고 나와서 많이 피곤한 상태라 비행기 안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잠을 청하던 그때,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경우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 첫 째, 부모와 아기를 이해하는 경우
- 둘 째, 부모와 아기를 원망하는 경우
나는 사실 둘 째였다. 솔직한 나의 생각으로, 아기의 울음소리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거리 노선인 일본의 경우도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는 도중에는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단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피로감이 쌓이게 되고 이 부분은 분명 하루 일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꼭 잠을 청하는 것뿐만 아니라도 영상을 볼 때 방해가 되기도 하며 듣기 싫은 울음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것도 하나의 고충이 될 수 있는데 이 원망이 고스란히 아기와 그 아기의 부모에게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몇 년전 조카가 태어나고 이 조카들이 커가는 과정을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에 대한 원망이다. 사실 아이가 비행기 안에서 우는 것은 기압 차이의 문제와 이륙/착륙 시 씨끄러운 소음과 낯선 환경, 낯선 분위기, 낯선 자세 등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하는데 어른인 경우도 이석증이나 중이염이 있는 경우 비행기의 기압차 때문에 귀가 먹먹하고 아픈 경우가 있다. 다만 이미 학습을 통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어른의 경우 침을 꿀꺽 삼키고 하품을 해서 귀의 먹먹함을 제거하고, 낯선 환경, 낯선 분위기, 낯선 자세는 비행기의 도착 시간이 언제인지 확인하여 잠을 청하거나 다른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해결하는 것 뿐이지 절대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아기는 아직 이러한 학습 능력이 길러지지 않았으니 당연히 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부모도 통제해보려 노력하지만 아기는 엑셀 수식이 아니기 때문에 입력값을 넣는다고 원하는 출력값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아기를 원망하지도 말고 아기에게 욕설도 하지 말자.
당신도 한 때는 퍽하면 울던 아기였다.
그렇다면 부모에 대한 원망은 어떨까?
이건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의견이 갈린다. 그 부모가 꼭 아기를 데리고 타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통제력이 없는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에 타는 것은 솔직히 부모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부모의 욕심이든 어쨌든, 아직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기가 울어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걱정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이심전심이라고 승객 한 명 한 명이게 미안함을 전달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승객들도 미안해할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려가며 부모에 대한 원망을 줄이려고 하지만, 간혹 미안한 마음이 전혀없이 자기 잘난 맛에 지나치게 당당한 사람이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내가 내 돈주고 비행기 탔는데 뭐가 문제냐'
며 오히려 적반하장인 사람들. 사람 간에는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예의가 법이 아닌 이유는 사람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은 스스로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가 탔던 그 많은 비행기에서 만난 아기의 부모들은 하나같이 승객들에게 너무 미안해했고, 아기를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승객들도 마음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그 마음이 잘 전달된 것인지 하나같이 전부 입 밖으로 불평을 하지 않고 그 부모를 이해해 주려고 노력했다. 도착 후 공항에 내릴 때는 아기가 먹을 수 있든 말든 아기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는 어르신도 봤다. 그냥 그게 사람 마음인 거야.
이러한 말을 하면서도 사실 나는 내 근처에 되도록이면 우는 아기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설사 우는 아기가 있더라도 부모가 힘들어하고 미안해 한다면 되도록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피곤하면 그냥 공항에 내려서 리포비탄(박카스) 하나 마시고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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