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한국 사람이 정말 많이 가는 곳이지.
지금까지 유후인(由布院)에는 3번 방문했는데, 처음은 여름, 두 번째는 가을, 세 번째는 겨울에 방문을 했다. 그중 가을에 방문한 후기를 써볼까 한다.
여름에 친구와 처음으로 유후인에 다녀온 이후, 꼭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었다. 마침 내가 퇴사하던 시기기도 해서 야심차게 가족여행으로 9월 비행기와 료칸을 예약을 했지. 그런데..... 태풍이 올라온단다.
1주일 전부터 윈디를 켜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조회했는데 결국 당일 비행기가 36시간 지연이 돼버렸다. 2박 3일 여행인데 36시간이 지연이 되면 이거 가지 말라는 얘기지.... 그렇게 비행기와 숙소를 취소했다. 다행히도 이때 비행기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숙소는 대행을 끼고 예약했기 때문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무료 취소가 가능했지만 부모님께 온천 여행을 시켜드리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달인 10월에 다시 료칸(旅館) 여행을 도전했다. 이번에는 숙소도 더 좋은 곳으로 잡았다. 그러나......... 또 태풍이 올라온다. 악몽이 되살아 나는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예약한 비행기는 떴지만 불과 몇 시간 뒤에 있는 항공편들은 당일 운항을 하지 못했다.
근데 사실 이렇게 일본에 도착해도 문제인게 태풍이 오거나 하면 일본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이 전부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가 떴어도 일본에 도착하기 전까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가 예약한 시간대의 버스는 운행을 했고, 저녁 버스부터는 운행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료칸 송영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님이 그러시더라. 오늘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안 떠서 예약취소가 꽤 있었다고.... 그래서 힘내시라고 위로해 드리니 기사님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이 시기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다며 웃으셨다.
우선 유후인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해서 숙소에 송영 서비스를 신청했다. 송영서비스를 여기까지 와서 신청한 이유는 기상이 좋지 않아 유후인에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숙소 근처에는 편의점이 없었기 때문에 송영버스를 타기 전에 슈퍼에 다녀오는 것으로 했다.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아 부모님은 버스터미널 안의 벤치에 계시게 하고 동생과 둘이 슈퍼로 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담았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곳은 유후노 오야도 야마모미지(由布の御宿 山もみじ)라는 숙소였다. 당시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독채, 개인 노천탕, 조/석식 포함임에도 1인당 20만 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물가가 올라서 이 정도 옵션이면 발품 팔아서 아무리 잘 찾아도 25만 원 정도 하겠지.
내가 묵은 방에 있던 노천탕은 성인 4명이 들어가서 두 다리 쭉 뻗고 있어도 자리가 남았다. 이곳의 숙소는 랜덤 배정이었고, 히노끼로 된 탕과 이렇게 암석으로 된 탕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암석으로 된 탕이 제일 예뻤다. 따로 요청을 넣은 것도 아니었는데 다행히도 원하는 방에 배정이 되어었다. 태풍 뚫고 온 보람이 있지.
아래 사진은 공용탕인데 각자 방에 있는 탕을 사용하다보니 공용탕으로 나온 사람은 따로 없었다.
우리 가족은 체크인 후 온천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왔다. 점점 배가 고파졌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 같이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복도를 지나 식사처에 도착했다. 식사는 료칸마다 다르긴 한데 객실에 식사를 차려주는 곳도 있고 온천 내 지정 장소, 그러니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에 차려주는 곳 이렇게 나뉜다. 식사는 코스요리로 하나씩 가져다주는 곳도 있으며 한 번에 다 차려서 내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묵은 곳은 식사처에서 식사를 하고 한 번에 요리를 다 내어주는 곳이었다. 근데 나는 이게 좋다.
여기서 비교 한 번 하자. [코스요리 Vs 다 내어주기]
나는 코스요리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적당한 시간을 두고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음 음식이 나올 때 까지 시간이 뜬다.
2. 한 번에 다 차려 놓고 사진 찍는게 더 예쁘게 나온다.
여기서 비교 한 번 더 하자. [객실 식사 Vs 식사처 식사]
나는 객실 식사를 싫어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식사처로 이동했을 때 직원이 객실의 이불을 깔아준다. 즉, 마주치지 않아서 좋다.
2. 객실 식사의 경우 직원이 자주 들락날락 거린다. 그게 불편하다.
우리 부모님은 일본에 몇 번 오셨어도 이렇게 식사를 하신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서는 직원도 너무 친절하고 대접받는 기분이라며 너무 좋아하셨다. 그 흐뭇한 미소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또 탕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태풍이 지나가는지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노천탕에서 또 그게 낭만이더라. 그렇게 탕에서 한바탕 수다를 떤 후 방으로 돌아가 아까 동생과 슈퍼에서 사 왔던 간식거리들을 먹었다. 사진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 사진은 사 온 것의 극히 일부였다는 거... 동생과 나는 아주 끊임없이 먹어치웠다. 오늘만 살 것처럼.
조식도 식사처에서 했다. 석식도 석식이지만 조식도 정말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져 나왔다. 우리 가족은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었다. 끝까지 맛있게.
식사를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첫 료칸 여행이 끝났다.
나는 누군가가 료칸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무조건 가보라고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내가 료칸을 정할 때의 기준은 독채, 개인탕(노천/반노천), 조/석식 제공이 우선이며 이 경우 1인 25만 원 안에서 끊으려고 노력하는데 물가가 올라서인가 요즘엔 좀처럼 저렴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위에 말한 옵션이 하나씩 탈락하면 1인당 지불해야 할 가격도 조금씩 저렴해지지만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숙소 조건은 좋은 옵션으로 정하되 발품을 많이 팔아 조금 더 저렴한 곳에서 예약하라고 추천하는 편이다.
조만간 가족과 함께 다시 료칸 여행을 해 볼 생각인데 또 좋은 숙소가 있으면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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