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스님 지옥(鬼石坊主地獄)
벳푸 지옥순례 코스 중에서 가장 괴기한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곳은 아마도 이곳, 대머리 스님 지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은 머드 속에서 증기가 올라와 볼록하게 올라오는 것이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대머리 스님 지옥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다. 대체 누가 이런 이름을 지은건지 그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
보통 스님들은 지옥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스님의 머리를 가져다가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는 것에서 불교 신자들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뭐, 볼록한 머리가 닮은 거라면 두더지 지옥이라거나 전구 지옥이라거나 뭐 그런 것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스님의 희생정신(?)으로 인하여 어디에서 어떻게 봐도 정말 스님 머리처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뜬금없지만 스님과 지옥의 연관성을 찾다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불교에서는 지옥에 가서 지장보살을 찾으면 극락세계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고통에서 허덕이는 중생들을 극락세계로 인도해 주기 위해서 스스로 부처가 되기를 포기하고 지옥 문전에 있는 보살이거든. 잘 기억해 두자. 이상 불교신자의 조언이었다.
얘기로 돌아와서 대머리 스님 지옥은 냉정하게 말해서 지옥순례 통합권이 있다면 본전을 뽑기 위해 가볼만 한 곳이지만 통합권이 없는 사람은 굳이 입장료까지 내면서 들어갈만한 곳은 아니라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냥, 진흙이 볼록볼록 올라오는 거 보러 가는 건데 돈 내는 건 아깝지 않을까?
지옥순례 어느 코스를 가나 땅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지형이겠지만 이곳에서도 돌 위로 엄청난 증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마 먹잘알은 지금 이 타이밍에 옥돌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을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구워 먹으면 맛있긴 하겠다. 고열로 기름은 쏙 빠지고 수증기로 고기는 촉촉해지고.
대머리 스님 지옥은 비오는 날에는 비추천한다. 비가 내리면 진흙이 묽어지는데 묽은 진흙보다는 그렇지 않은 진흙이 조금 더 스님 머리와 같은 느낌이 나며 맑은 날의 진흙 색깔이 더 예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진흙이 예쁘다는 말은 처음 해보는데 어쨌든 그렇다.
이 사진을 찍은게 12월이었다. 12월에도 초록잎과 단풍이 보인다는 것은 지열 때문에 이 지역이 그렇게 차갑거나 춥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 마음은 추운데 온천은 따뜻해서 좋겠다.
대머리 스님 지옥에는 족탕도 있다. 다만 굉장히 얕기도 하고 물이 많이 뜨겁지는 않다. 그냥 미지근하게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역시 족탕은 가마솥지옥이 최고인 것 같다. 이곳 대머리 스님 지옥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족탕의 온도가 더 떨어지며 앉을만한 장소가 이미 젖어 있기 때문에 엉덩이가 다 젖는다. 참 여러모로 비 오는 날의 지옥순례는 비추천에 비추천을 거듭할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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