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시카(岸家)
시즈오카에 살고 있는 일본인 친구에게 시즈오카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물어보니 사쿠라에비가 유명하니 다른 거 먹지 말고 꼭 사쿠라에비를 먹으라고 하더라. 현지인이 이 정도로 강력추천을 하는 거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식당도 함께 물어보니 시미즈 수산시장에 가게들이 있으니 그곳에서 먹어보라고 했다. 대신 가격에 차이가 있으니 1, 2층을 둘러보고 사람 많은 곳에서 먹으라고. 그래서 상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을 해볼까 하다가 이미 현장에 도착을 한 이후였으므로 그것보다는 가게를 직접 둘러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가게를 돌아다니며 빛의 속도로 스캔을 시작했다. 음식은 대충 정했으니 어떤 가게가 좋을까 고민을 했는데 확실히 사진만 있는 곳보다 모형이 있는 곳이 어떤 구성인지 이해하기가 쉽더라.
그런데 메뉴 정하다 말고 잠깐 한눈을 팔았다. 난생처음 보는 랍스터 게임과 통조림 자판기. 역시 일본은 아이디어가 뛰어난 것 같다.
아냐, 밥 먹으러 온 거니까 정신 차리자.
나는 모형이 잘 전시되어 있는 키시카(岸家)라는 음식점으로 정했다. 그곳에서 친구가 꼭 먹으라고 했던 사쿠라에비(벚꽃새우)가 들어간 텐동(튀김 덮밥)과 함께 사시미 세트를 시켰다. 그리고 창 밖의 바다를 보면서 들뜬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메뉴가 나왔다. 저 압도적인 새우 친구. 내가 원래 감탄사로 '미쳤다'는 말을 잘 안 쓰는데, 이건 정말 미친 맛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소고소고소할까. 앞으로 새우깡을 못 먹을 맛이다. 이때 알았다. 새우깡은 그냥 가짜다.
그리고 숙성회. 나는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내가 숙성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원래도 회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서울에 있는 직장 근처에서 먹으면 양도 적고 비싸니까 한 번씩 바닷가에 가면 이 가게 저 가게에서 흥정해서 회를 배 터지게 먹고 오는 편인데 그때마다 먹는 회가 신선하고 쫄깃한 맛이라면 일본에서 먹는 숙성회는 쫄깃함 보다는 입에 살며시 퍼져나가는 부드러운 맛이랄까? 이 입에 착 감기는 맛에 사케 한 잔, 이건 정말 환상의 조합이다. 사시미 세트를 시켰는데 회가 얼마 없어서 아쉬웠다. 근데 또 없으니까 아껴 먹게 되고 그 소중함이 느껴진다.
귀국하기 전에 먹은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는데 정말 너무 맛있게 먹었다. 친구가 왜 꼭 먹으라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나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구글 평점 2.9에 리뷰가 10개도 되지 않는 집이었지만 그 정도의 가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5점 만점에 4점을 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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