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원(平和公園)
나가사키에 위치한 평화공원. 이곳은 피폭 10주년이 되던 1955년에 건설된 장엄하고 평화로운 공원으로 원자 폭탄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곳이다.
위치는 나가사키 노면전차 헤이와 공원역에서 가까운데 헤이와(平和)라는 단어가 한국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평화 공원역이라는 뜻인 거지. 이 공원을 가면 처음에 맞이하게 되는 것이 바로 평화의 분수다.
이 평화의 분수는 1969년 만들어졌는데 피폭으로 인해 간절하게 물을 찾으며 죽어간 많은 희생자들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화의 분수에 가면 검은색 비석에 한 소녀의 수기가 적혀 있다.
해석을 하면 아래와 같다.
목이 말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에는 기름과 같은 것이 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물을 마시고 싶어서
결국 기름이 떠 있는물을 그대로 마셨습니다.
- 어느 날 한 소녀의 수기로부터 -
기름 같은 것이 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목이 말라 결국 먹어야 했던 물. 그 물을 본 순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을 것 같았으니 마실 수밖에 없었겠지. 그 소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공원 곳곳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여러 조각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잠시 사진을 관람해보자.
위 사진 중 절반에 해당하는 사진에는 '비둘기'를 볼 수 있다. 흔히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됐을까? 새 주제에 겁대가리 없이 사람이 와도 피하지 않고 인간의 삶에 융화되는 모습(?)이 너무 조화스러워서? 당연히 아니다.
- 마태 복음서과 누가 복음서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동안 성령이 비둘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하여 그리스도교에서는 성령과 평화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비둘기를 써 왔다.
- 비둘기 상징의 유래는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이 대홍수로 인간세상을 심판하실 때 방주를 타고 살아남았던 노아와 그 식구들은 홍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수가 끝났는지 알 길이 없었던 노아는 고민하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비둘기를 이용하기로 한다.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오는 습성인 귀소 본능이 있었기 때문.바깥 세상에 나갔던 비둘기는 다시 방주로 돌아왔고 그 입에는 올리브 나뭇가지가 물려 있었다. 물이 빠져 육지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비둘기가 대재앙인 홍수에서 희망의 나뭇가지를 가져다 주었다는 의미에서 평화의 상징이 됐다.
이러한 이유로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뭐 어떻게 보면 겁대가리 없이 애완견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도 평화로운 모습인 것 같지 않아? 현대판 해석으로 하나 추가 시키면 될 것 같다.
평화공원 가장 안쪽으로 가면 높이 9.7m, 무게 약 30톤의 거대한 평화 기념상을 볼 수 있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떠오르는 것 같은 이 작품은 향토 출신의 조각가 키타무라 니시요시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55년에 완성되었는데 오른손은 원폭을 나타내고, 왼손은 평화를, 얼굴은 전쟁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그 와중에 오른손 손가락에 앉아 있는 저 새.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조각인지 진짜 새인지 헷갈렸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진짜 새였다. 절묘했어.
위 사진은 나가사키의 종이라는 것인데 당시 피폭지에는 어뢰나 전차 등을 생산하는 많은 군수 공장이 있어, 동원 학도, 여성 정신대라고 불리는 중학생이나 여학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가사키의 종은, 33회기(사람이 죽은 뒤 해마다 돌아오는 그 달. 그날의 기일)에 해당하는 1977년에 여기에서 죽은 분들의 명복을 기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평화공원을 둘러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 작은 공간 속에 평화를 상징하는, 그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조각과 전시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당시의 피폭으로 인한 희생자들의 고통은 지금은 사는 사람들은 알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원자폭탄 사용 이후 7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다시는 원자폭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아픔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도 평화라는 말이 계속 유지되어 어떤 나라든, 어떤 민족이든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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