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생각 💡 일본 사람이 추천을 좋아하는 이유

일본 사람이 추천을 좋아하는 이유

📢 어쩌면 좋을까

서울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맨 뒷자리에 일본인 가족이 앉았는데 서울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내내 저녁 메뉴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 하나 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고 흘러 50분 뒤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메뉴 선택이 되지 않았었는데, 일본어를 전부 알아듣는 홍씨의 입장에서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장소가 한국이고 홍씨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진 것은 있었지만 사실 이런 모습들은 일본에서 굉장히 흔한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빠른 선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흔히 '선택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장애'라는 단어를 쓸 만큼 빠른 것을 좋아하는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는데, 일본 사람들이 빠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누군가의 추천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단지 사람 개인의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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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선택이니까

일본에서 일본을 뜻하는 단어 중 하나는 조화를 뜻하는 「和」라는 단어다. 한국어로는 '화', 일본어로는 '와'로 읽는 이 단어는 '평화'를 뜻하는 한자에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고, 현대 사회 사람들은 일본 소고기를 뜻하는 '와규'에서 들어봤을 단어다. 갑자기 이 단어를 설명하는 이유는 이 「和」라는 단어가 바로 개인의 의견보다 집단의 조화를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많은 일본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맞추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이 배경에는 실수를 하거나 실패했을 때 본인의 책임이 아닌 다른 외부의 탓으로 전가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전장치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아닌 같은 것을 선택하는 것, 어떻게 보면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방향인 것인데 혹시나 누군가의 추천을 통해 실패를 하더라도 남이 선택한 것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니 비난이나 책임에서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는 그런 안전장치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이 하고 싶은 것, 남이 했던 것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 검증이 끝났기 때문

홍씨의 직업상 일본인 관광객이 '추천'을 해달라는 문의가 굉장히 많은데 이 배경에는 '검증이 끝났다'는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말하는 추천이라는 것은 이미 그것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누군가의 의견이라는 것이고 그런 확신에서부터 신뢰성이 생기기 때문에 그 자체를 검증된 정보라고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정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TV방송에서의 소개, 인플루언서의 추천 릴스, 유명 출판사에서 나오는 가이드 북, 현지인이 말하는 찐 맛집과 같은 정보들인데 이렇게 어느 정도 추천인의 배경에 신뢰가 따른다면, 정보를 꼼꼼히 검토하는 일본 사람들의 선택에 큰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고? 이미 검증이 끝났을 것이니까.

😉 흔한 소통 방식

일본의 TV프로그램을 보면 랭킹을 정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며 돈키호테, 약국, 슈퍼마켓과 같이 어떤 제품을 구매하러 간 장소에서 'オススメ(추천)'라는 단어를 꽤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든 일본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일본 사람들은 신중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이런 심리가 사회에 스며들어 '추천 콘텐츠 자체'가 일본의 일상,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이미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구매자의 실패가 적어질 수 있게 '추천'을 하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인 동시에 구매자와의 소통을 부드럽게 시작하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또 추천을 원하는 사람의 경우 우유부단한 성격 속에서 선택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어도 일본에서는 이미 추천을 하는 것과 추천을 받는 것은 흔한 소통방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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