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호텔 예약자 명단에 없는데요?
홋카이도 여행을 알아보던 어느 때,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왕복 24만 원에 떴다. 코로나 전에도 신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20만 원 정도면 가도 괜찮은 정도였기에 예약을 하려다가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이 정도면 22, 23만 원에도 예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생겨버렸다. 그런데 기다려도 비행기 티켓 값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달이 바뀌면서 유류할증료가 올라버리는 바람에 결국 26만 원 후반에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밖에서 술 한 번 마시면서 쓰는 돈은 아깝지 않으면서 비행기나 호텔은 조금만 더 주고 예약해도 그렇게 아깝다. 항공권에서 예상한 것보다 3만 원 가까이 손해를 보았으니 대신 호텔을 싸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아고다에서 호텔을 검색해 봤는데 삿포로역 주변은 너무 비쌌다. 그렇다고 캡슐호텔에서 자기는 싫었고 캐리어 펼치면 이동 공간이 안 나올만한 10제곱미터 방에서도 자기 싫어서 범위를 더 넓게 가져가며 무료취소가 가능한 큰 방을 열심히 찾았다. 다행히 몇 곳 있어서 예약을 걸어 놓고 엔화가 내려가거나 이벤트 특가가 뜨면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기를 반복, 그렇게 18제곱미터가 넘는 방을 1박에 5만 원 정도 선에서 예약했다. 숙소의 이름은 트래블로지 삿포로 스스키노.
일본에 도착해서 언제나 그랬듯(?) 많은 비가 내리던 날 체크인 하기 위해 호텔이 있는 스스키노의 숙소를 찾았다. 빨리 체크인 하고 짐 놓고 다시 나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프런트 여직원이 나의 여권을 확인하다 말고 자꾸 다른 관광객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었다. 슬슬 짜증이 올라오던 그때, 여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어디에서 예약하셨어요?
그래서 아고다에서 예약했다고 하니 또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다른 젊은 남자 직원을 부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그 소리가 나에게 들렸다.
이 분, 예약 리스트에 없는데?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고다같은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으니 사기를 당했을 리는 없는데?', '이미 결제돼서 돈도 다 빠져나갔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던 그때, 남자 직원이 나보고 뒤쪽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비상용으로 인쇄해 간 바우처를 건네며, 나 정말 예약했으니 잘 확인해 달라는 말을 건네고 뒤쪽 소파로 갔다. 서있는다고 해도 바로 해결되지 않을 테니 일단 직원이 말한 대로 뒤쪽 소파에 앉아서 아니꼬운 표정으로 프런트를 바라봤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나의 아니꼬운 표정을 계속해서 의식하고 있던 남자 직원이 천사 같은 미소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심지어 한국어로.
저기요! 예약 확인 되었습니다!
직원이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 내가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순간 헷갈릴 정도였다. 뭐 그 덕분에 나의 띠꺼운 표정은 조금 누그러졌고 체크인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일본 여행을 하기 전, 언젠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J의 여행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P의 여행법을 가진 한 직원이 나와 함께 J의 의견을 대변했던 한 직장 동료에게 물었다.
여행 갈 때 호텔 바우처도 프린트해서 가세요?
답변은 당연히 OK였다. J의 여행법을 가진 다른 직원의 이유도 똑같았다. '만약에 대비해서'
P의 여행법을 가진 직원은 '거기까지 내다보냐'라고 놀라 했는데 이번에 있었던 이런 일 때문에 사실 종이 바우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여권만으로 예약자 조회를 하는데 애를 먹었던 이번 호텔 프런트에서, 그럴리는 절대 없겠지만 인터넷까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이 숙소를 예약을 했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증명할 수 있었을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호텔 바우처를 인쇄해 간 덕분에 나는 명단 누락의 오해와 불길함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거든.
바로 이게 J의 여행법이다.
✅ 개인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정확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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