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호스트의 똥군기일까 이지메일까
일본 에피소드 💬
호스트의 똥군기일까 이지메일까
일본 도쿄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 도쿄를 넘어 일본 최대의 환락가로 불리는 가부키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내가 몸 담고 있던 장소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다보니 아침에 출근을 해보면 가부키쵸 쪽에서 넘어온 화려한 형님들이 간혹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보나 호스트로 보이는 4명이 가게에 들어왔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호스트들이 들어오면 일반 손님들보다 진상을 부릴 가능성이 높아서 긴장을 하고 있던 찰나, 손을 들어 비빔밥 4개를 주문한다. 예상했던대로 껄렁껄렁한 목소리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주문하신 비빔밥 나왔습니다. 고추장은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일했던 곳은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모두 방문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국적에 따라 자신의 기호에 맞게 고추장을 넣어 먹을 수 있도록 고추장은 별도로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 횟집에 가면 초장이 담겨있는 그런 케찹통 같은 곳에 말이다. 그래서 고추장을 주고 돌아섰는데 잠시 후 그 테이블에서 다시 손을 든다.
사-센 고츄쟌 모라에마스?
건들건들한 말투로 고추장을 더 달란다. 그래서 생각보다 매운 것을 잘 먹는 친구들이네? 라는 생각으로 테이블에 고추장을 가져다주고 돌아서려는데 테이블 위에 빨갛다 못해 시뻘건 무언가가 보였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는데 한 사람의 비빔밥이 얼마나 넣었는지도 모를 고추장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대체 쟤네가 뭘 하려고 저러나 궁금해서 멀리서 지켜봤는데 4명 중 한 명이 신입 호스트로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셋은 당연히 이 신입 호스트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호스트였고. 선배로 보이는 신입 호스트 3명은 고추장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도 모를 정도의 나물 비빔밥을 먹고 있었는데 나머지 한 호스트, 그러니까 신입으로 보이는 호스트는 고추장에 밥을 비빈 것이 아니라 말아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의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이거 각이 딱 나오지.
선배 세 명이 똥군기로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있구나.
그런데 솔직히 그 선이 너무 지나쳤다. 내 입장에서는 매운 것은 둘째치고 짜서 못먹겠다 싶을 정도였는데 신입으로 보이는 호스트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그것을 먹고 있었고 수도 없이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본 나도, 주방의 요리사도 할 말을 잃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나설 수도 없었던 이유는 가게의 책임자가 없는 이 상황에서 그들만의 세계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이 가게의 운영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뭐.. 가게에 CCTV가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증거 자료 정도는 제공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결국 그 신입 호스트는 그 비빔밥을 두 숟가락 정도만 남기고 다 먹었다. 이것 또한 형님들의 아량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남은 두 숟가락은 안 먹어도 봐주더라. 그리고서는 대장으로 보이는 호스트가 결제를 하고 신입 호스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갔다. 아마, 그 신입 호스트는 몇 일 동안 고생을 했을 것 같다. 과연 그 호스트는 자신이 선택한 호스트의 길에 대해서 후회를 했을까 아니면 하나의 관문을 넘었다고 좋아했을까?
* 꽤 오래 전 이야기이며 모든 호스트가 똥군기로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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