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아이들 관리 제대로 하세요
일본 에피소드 💬
아이들 관리 제대로 하세요
센다이 여행을 하던 중 한 신사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신사 한쪽에서 오마모리를 고르고 있었는데 한쪽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내려서 소리가 잘 퍼지는 환경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아이들이 크게 떠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소리가 보통 이상이기는 했다. 마침 그쪽으로 향하는 길이었기 때문에 그 길을 걸으며 아이들을 보니, 신사에 있는 닭들을 괴롭히고 소리를 지르며 다가가고 도망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어딘가에 우산을 내팽개치고 비를 쫄딱 맞으면서 말이다.
신사라는 곳은 '신'을 모신 곳이다. 인간 세계에서는 접할 수 없는 귀한 분을 모시고 있는 곳이다보니 신사를 관람하는 예절도 아주 중요한 편인데 신사라는 장소가 마음을 경건히 하고 깨끗이 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있다 보니 선을 넘은 고성은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아이들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신나 있었다.
보통, 잘 웃고 밝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나 또한 흐뭇한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서 있는 장소가 일본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통제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의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사에서 아이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아니다, 지적을 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국 사람이 일본의 신사에서 일본인에게 떠들지 말라고 지적하는 모습이 뭔가 맞지 않아 보이기도 했고, 보통은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부모가 나서서 할 텐데 내가 오지랖 부려서 괜한 부스럼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드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가는데 마침 나와 마주치던 부부도 그 아이들을 봤는지 갑자기 아이의 부모를 찾기 시작했다.
남편 : 이 아이들의 부모 되십니까?
아내 : 하지마, 참아.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너무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는데 아내는 아이들의 부모를 찾는 남편을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지 않은 신사에서 아이들의 부모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금방 아이들의 부모님이 나타나자 방금 그 남편이 말한다.
남편 : 아이들이 닭을 괴롭혔어요. 여기는 신사잖아요. 아이들 관리 제대로 하세요. 뭐 이런 BS 같은 부모가 다 있어?
말이 조금 지나쳤다 싶었는데 아이들의 부모는 그냥 '죄송하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사과 한마디에는 분명, 아이들이 먼저 잘못했다는 생각과 잔소리를 한 그 남자를 상대하기 싫다는 마음, 더 큰 싸움으로 번지고 싶지 않은 마음 등 여러 마음이 담겼을텐데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내가 볼 때는 아이의 부모도, 아이를 지적한 남자도 서로 잘한 것이 없다. 부모는 아이들을 잘 교육시켰어야 했고, 지적한 남자는 말을 가려서 해야했다. 다행히 싸움 없이 잘 넘어가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하마터면 신성한 장소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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