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황당한 번역 실수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을 때 홍씨가 살았던 지역 중 한 곳은 도쿄의 신주쿠구였다. 신주쿠구에는 신오쿠보라는 한인 타운이 있어서 참 많은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한국사람에게 전달하려 했던 일본의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다.
홍씨는 신주쿠구의 히가시신주쿠에 살았다. 이 히가시신주쿠는 한인타운으로 유명한 신오쿠보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으로 참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주변에 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쿄의 다른 지역보다 한국어로 된 간판이나 안내서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구청과 같은 곳에서 한국 사람들이 서류를 잘 작성할 수 있도록 한국어 샘플을 마련해 둔다거나 건물 곳곳에 분리수거를 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한국어로도 붙여놓는다거나 말이다.
언젠가 혼자 집에 있기 적적해서 동네 산책을 나갔다. 재미있는 간판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을 한 귀퉁이에 있던 작은 화단에 신주쿠구에서 만들어 놓은 하나의 작은 팻말이었는데 그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가축의 분뇨는 임자가 처리를
홍씨가 살았던 곳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가정이 꽤 많았다. 의외였던 점 중에 하나는 일본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도 꽤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다는 점인데 일본에서는 강아지의 대소변을 주인이 책임지고 치워야 한다는 것을 한국인에게 알려주려고 한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었다. 하지만 번역이 정말 거창하게 되어 버렸다. 홍씨의 기준에 '가축'이란 돼지나 소와 같은 큰 짐승을 말하는 경우가 많고, '분뇨'는 거의 밭에 뿌리는 거름급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작은 강아지의 대소변이 '가축의 분뇨'로 표현이 된 점이 너무 재미있었다. 거기에 '임자가 처리를'이라는 표현도 너무 어색해서 헛웃음이 났다.
한국 사람이 한 번이라도 검수를 해주었다면 '애완동물의 대소변은 주인이 처리해 주세요' 등의 정제된 표현이 가능했을텐데 이 과정 없이 그저 당시 정확하지 않았던 번역기를 돌려서 나온 표현을 그대로 쓰는 바람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뭐 어쨌든 눈치껏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알 수 있어서 의미 전달이야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웃기잖아.
그런데 이런 실수는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많은 관광지나 식당에서도 번역기를 통한 오번역을 캐치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육회'를 'Six Times'라고 표현하거나 '돼지 주물럭'을 'Pork Massage'라고 표현하거나 하는 것인데 해당 언어권 사람들이 이런 표기를 보면 뭐라고 생각을 할까? 대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는 있을까?
번역기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 한다는 것은 국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하나의 행동이다. 최근의 번역기는 성능이 굉장히 좋아져서 비속어나 유행어, 줄임말까지 번역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뭐 어쨌든, 일본에 사는 한국분들이 강아지를 키운다면 가축의 분뇨는 꼭 임자가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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