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일본집은 너무 추워

일본 에피소드 💬 
일본집은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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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처음에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이 참 막막했다. 그중에 하나가 집이었는데 당시 유명 포털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서 도쿄에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갈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본의 집을 소개해주는 업체가 있었다. 홍씨는 대학교 시절 베프와 함께 유학을 준비했는데 그 친구와 함께 일본 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업체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고 그렇게 도쿄 아카바네에 있는 집을 계약했다.

그렇게 3월부터 워킹홀리데이가 시작됐고, 일본에 도착한 첫날, 여행이 아니라 1년간 살 마음으로 온 것이라서 많은 짐을 낑낑거리며 숙소에 도착했다. 가져온 짐을 다 정리하기에는 아직 집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도 하고 그 집에 뭐가 구비되어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풀 수 있는 짐만 대충 정리하고 얇은 이불만 꺼내서 잠을 잤는데 지금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보통, 뜨거운 밤을 보낸 사람들이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홍씨는 동성 친구와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했기 때문에 뜨거운 밤을 보낸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반대로 너무나 추운 밤을 보내서 잊지 못할 밤이 되었는데 솔직히 3월의 밤이 그렇게 추울지 몰랐다. 어른들이 흔히들 말하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라는 표현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나와 친구는 아침에 노숙을 한 거지꼴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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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렇게 집이 추웠던 것일까. 그 이유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이유가 꽤 많았다. 첫 번째 이유는 '북향집'이었다. 북향이라고 해도 해가 아예 안 드는 것이 아니라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집이 'ㄴ'모양으로 꺾여 있는 구조에다가 창문이 'ㄴ'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곳 중에서 한 곳에 밖에 없어서 하루종일 그늘에 있는 것 같은 집이었다. 불을 켜지 않으면 항상 어두컴컴할 정도로.

두 번째 이유는 '추울 때 빛을 발하는 온돌 시스템이 없는 것'이었는데 한국은 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이 지면에 가장 많이 닿는 취침시간에도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지만 반대로 온돌 시스템이 없다면 가장 춥게 잘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친구도 나도 얇은 봄/가을 이불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하루종일 해가 들지 않았던 집에서 얇은 이불 하나로 체온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세 번째 이유는 '방심'이었다. 솔직히 3월의 집이 이렇게 추울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전기 장판도 가져오지 않았고 겨울 옷도 패딩 종류는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방에 있는 온풍기를 틀어서 버텼는데 공기를 데우는 것 만으로는 바닥까지 따뜻해지지 않는다. 얇은 이불이라도 있으니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잡을 수 있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겪어보면 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급하게 한국 집에 연락해서 겨울옷과 전기장판을 EMS로 받았고, 이 EMS가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친구와 핫팩으로 버텼다. 

지금의 일본 집들은 예전 집들과 달라서 바닥 난방이 들어가는 집도 많이 있다. 다만 이 난방을 전기나 가스로 하기 때문에 공과금이 꽤 많이 나올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은 난방을 풀가동하기에 사실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는 집에 카페트를 깔면 도움이 되는데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차선책이고 아예 처음에 집을 계약할 때 집의 구조도를 보고 창문이 동서남북의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거나 집의 난방시설은 어떻게 되는지 미리 확인한다면 조금 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친구와 나는 이런 준비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고, 위약금이 면제되는 최소 계약기간인 3개월만 딱 이 집에서 살고 서로 원하는 집으로 독립해서 나갔다. 

한 번 이렇게 경험을 해보니까 일본에서는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참 많이 공부가 되었는데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아주 쓰라린 에피소드가 되었겠지만 친구도 나도 금전적인 피해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아주 값진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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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의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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