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보조 배터리가 폭발할지도
2박 3일 동안의 가고시마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해서 하는 홍씨 나름의 루틴이 있다면 일단 수속 카운터가 열리기 10분 전부터 줄을 서서 최대한 빨리 탑승수속을 끝낸다는 것과 그 이후 공항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좋은 정보가 없는지 찾아보는 것, 그리고 출국심사장이 열리자마자 출국심사를 완료하고 면세점 쇼핑 후 여행에서 찍은 휴대폰 사진들을 정리한다는 것 등이 있다.
2024년 9월에 다녀온 가고시마 여행의 경우 2박 3일의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800장 넘게 찍었다. 일단 면세점 쇼핑이 끝나면 비행기 탑승 전까지 할 일이 없으니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앉아서 라인 카메라의 콜라주 기능을 이용해 블로그에 올리기 좋게 사진을 편집하고 또 글마다 사진 배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가고시마 공항의 탑승 대기장소에는 콘센트가 있는 좌석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데다가 홍씨는 공항에 살짝 늦게 도착해서 이미 수속 카운터가 열리기 10분 전부터 줄을 선다는 루틴부터 깨진 상황이라서 콘센트 자리는 앉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 보조배터리라고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휴대폰 보조캐터리를 꺼냈는데...
뭐야 이거 언제 깨졌어?
보조배터리가 유리도 아니고 깨지는 재질이 아닌데 섬뜩하게 금이 간 것을 보고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단지 어딘가에 긁혀서 커버가 길게 찢어졌기를 바라며 금이 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도 보고 만져도 봤는데 확실히 손 끝에 느껴질 정도로 보조배터리가 볼록했다.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할 때 지상직 승무원은 보조배터리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건을 수하물로 보내지는 않는지 체크를 하며 기내에서도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가 부풀어 오르면 승무원에게 바로 이야기해 달라는 기내방송을 하고 있다. 홍씨는 이 생각들이 나서 '절대로 이 배터리는 비행기에 가지고 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행기에 타기 전에 폐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쓰레기통 앞에 갔는데...
재활용, 일반쓰레기. 대체 어디냐.
쓰레기통 앞에 가만히 서서 재활용과 일반쓰레기 칸을 보며 고심에 빠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아닌 것 같았다. 우리도 한국에서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건전지를 버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라도 나 몰라라 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나중에 운 나쁘게 폭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쓰레기통에 폭발물을 투척한 한국인으로 뉴스에 대문짝만 하게 나올 것 같고. 아무래도 내가 처리하는 것은 그 방법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탑승 게이트 앞에 있는 지상직 근무자를 찾아가 정중하게 말해보는 것으로 했다.
보조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서 가지고 타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데요..
그러자 지상직 근무자는 바로 니즈를 파악하고 '대신 폐기해 드릴까요?'라고 말해왔고, 나는 '죄송하지만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며 보조 배터리를 건넸다.
몇 년 동안 함께 여행을 해 온 꼬질꼬질한 라이언을 가고시마에 홀로 남겨두고 나 혼자 한국에 돌아왔다. 이렇게 헤어질 것을 알았다면(?) 얼굴이라도 깨끗이 씻겨놨어야 하는데 괜히 마음에 걸리네.
라이언, 홍씨 따라서 여행하느라 고생 많았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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