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비행기 속 친절한 청년(결국 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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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속 친절한 청년(결국 홍씨)
비행기를 탈 때 복도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홍씨는 창가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앞에 못 앉고 뒷 자석에 앉더라도 꼭 창가에 앉고 싶어 하는 이유는 너무 명확할 정도인데 일단 얘기가 나왔으니 왜 그런지 짚어보고 가자.
- 창가에 앉으면 창 밖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 창가에 앉으면 창문 덮개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 창가에 앉으면 사람 신경 안 쓰고 벽에 기대서 계속 잘 수 있다.
- 어차피 난 일본 노선 비행기에서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 복도에 앉았을 때 안쪽 승객이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하면 비켜줘야 한다.
- 복도에 앉았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삐져나온 내 어깨나 팔을 치고 지나갈 수 있다.
글을 쓰다가 보니 홍씨가 창가에 앉는 이유가 꽤 많아서 놀라울 정도인데 다카마쓰로 가는 진에어 항공편에서도 홍씨는 역시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같은 열 복도에 한 남자가 앉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일행과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가운데 좌석에 앉았다. 비행기는 항공기 출입문을 닫고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계절상 겨울이라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타신 분이 많았는데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도 그랬고 이륙 전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너무 더워하시더니 결국 외투를 벗으셨다.
가운데 자리를 앉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양 옆에 아는 사람이 타도 사실 조금 불편한데 심지어 양 옆에 탄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어 최악 중의 최악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외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나를 포함한 반대쪽 사람의 다리에도 자신의 외투가 자꾸 닿았고, 이 작은 접촉 때문에 자꾸 옆 사람이 잠 못 들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아주머니를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이런 행동을 당당하게 생각하지 않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는데, 일행과 떨어져 앉은 것도 걱정인데 주변 사람의 싫은 눈빛을 자꾸 받으면 비행기 좌석이 가시 방석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라도 괜찮다고 이해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우리 엄마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여서 엄마 생각이 나기도 했고.
우선 더워하는 아주머니에게 비행기 좌석에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에어컨을 켜드렸다. 그리고 홍씨는 어차피 창가 쪽에 앉아서 벽에 기대면서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운데 앉은 아주머니에게 한쪽 팔걸이를 양보하며 마음껏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리며 '가운데 자리가 많이 불편하시죠?'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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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드리니 아주머니께서 마음이 조금 편해지셨는지 자신이 어디를 여행할 계획이며, 친구 몇 명과 왔으며, 지난번에는 일본 어디에 갔으며, 지난 번에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까지 여러 이야기를 해오셨다. 단지 수다스러운 사람이었다면 홍씨가 받아주지 않았을 텐데 역시나 조심조심하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하나씩 이야기를 해 오시는 게 보였기 때문에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 드렸다. 그러면서 홍씨를 보고, 혼자 해외여행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칭찬과 함께 다음에 친구들과 일본에 가면 어디에 가면 좋을지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 등을 해오셨고, 본업 관광업, 부업(?) 여행 블로거인 홍씨답게 이 아주머니에게 딱 맞는 일본 관광지를 추천해 드렸다.
그렇게 비행기는 다카마쓰 공항에 도착했고, 아주머니는 자신의 일행에게 나를 소개하며(?)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청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셨다. 그렇게 공항에서 가벼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3박 4일이 지난 후, 귀국을 위해 수속을 마치고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홍씨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했다. 뒤돌아보니 다카마쓰에 올 때 홍씨의 옆에 앉으셨던 아주머니가 일행들과 함께 나를 보고 있었는데 표정을 보니 정말 반가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또다시 여행을 잘했는지, 좋은 추억은 많이 만드셨는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고 그렇게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친절이라는 단어는 엄청나게 큰 것을 베푸는 것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하는 단어다. 아마 비행기에서 베풀었던 나의 양보와 친절도 그 아주머니에게는 그런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나를 기억해 주셨던 것은 아닐까? 홍씨의 본업에서도 관광을 하는 많은 사람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인해서 내가 베풀어야 하는 친절의 가치와 친절이 만든 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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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티스토리 여행 크리에이터 '홍씨의 일본 이야기' 홍씨입니다.일본 여행에 관심이 있는 한국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본 여행에 대한 블로그를 시작했고 1년 4개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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