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와 여행 🎐 고토히라궁(金刀比羅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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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히라궁(金刀比羅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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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히라는 굉장히 한적한 동네다. 대한민국의 어느 시골에 비교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이런 시골 중에 깡시골에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가 있으니 그곳은 바로 고토히라의 메인 관광지, '고토히라궁(金刀比羅宮)'이다. 

상점가를 따라서 걷는데 가게마다 곳곳에 대나무를 꽂아 두었다. 저게 뭔지 너무 궁금했는데 조금 더 걸어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토히라궁이 계단이 굉장히 많다. 본궁까지는 785개나 되며 안쪽에 있는 신사인 오쿠샤까지는 총 1,368개의 돌계단이 있다. 이 무지막지한 돌계단 숫자를 보니 지금 당장 호관원 골드를 먹어서 내 관절을 튼튼히 해야 하나 싶다. 농담이고, 가게 곳곳에 꽂아둔 대나무들은 돌계단을 오르다가 그 계단이 천국의 계단이 될 수 있으니 짚고 올라가라고 둔 것이었다. 

근데 오르다보니 계단이 많기는 정말 많았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있어 하루에 최고 6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정말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요즘 다리건강이 평소 같지 않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 것은 최대의 실수였다고 생각했다. 뭐 어떻게든 도착은 했다.

고토히라궁은 바다의 신 곤피라(金毘羅)를 모신 곳으로  에도 시대(1603~1868)에는 '곤피라 참배'가 성행하여 오늘날까지 항해 안전의 신으로 사람들의 두터운 신앙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경내 안내도를 봐도 굉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부모님 컨디션을 봐가며 본궁까지만 올라가서 주변을 구경했는데 이 날 이곳에서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부러웠다. 우리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가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얼른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잘 안 된다. 부모님의 걱정 어린 잔소리도 당연히 이해는 하지만, 인생이 걸린 문제라서 급하다고 아무나하고 연애하고 결혼할 수는 없으니 나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노력은 하고 있다. 갑자기 시작된 신세한탄이지만 이 신세한탄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이곳은 여행 블로그다.

정말 여유로움과 어울리는 장소다. 어차피 계단이 많아 빨리 오르지도 못하고 뛰어다니며 노는 장소도 아니니 하나하나 수양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관람을 마쳤다.

고토히라궁 · 892-1, Kotohira, Nakatado District, Kagawa 766-8501 일본

 
2월임에도 불구하고 계단이 너무 많아 고토히라궁을 다녀오니 꽤 더웠다. 아마 여름에 오면 누구 하나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일본에만 오시면 크레미아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싶어 하셔서 함께 군것질을 하려는데 내 눈앞에 우동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사실 고토히라궁에 올라가기 전에 이걸 먹고 있는 사람을 봤는데, 정말 너무 궁금했다. 면에 파... 그리고 간장으로 보이는 저 소스... 그래서 크레미아 아이스크림은 부모님께서 드시고 나는 우동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가늘게 뽑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우동 면발을 상상하게 하고, 저 파와 간장은 진짜 파와 간장이다. 수박에 소금을 발라서 먹으면 더 달다고 하는 것처럼 저 아이스크림도 간장 때문에 더 단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저 파, 나쁘지 않았다. 굉장히 새로운 조합이었다. 근데 복병은 따로 있었다. 보통 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저 과자까지 다 먹잖아? 과자 아래에 간장이 꽤 많이 고여있었는지 마지막에 엄청나게 짰다. 이대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면 비타민 약 먹고 소변볼 때 노란 소변이 나올 것 같을 정도의 짠맛. 길거리가 너무 깨끗해서 뱉을 수도 없고 그냥 먹었는데 숙소 오는 내내 목은 마르고 입에서 간장냄새가 진동을 했다. 계단을 오르며 수행을 했으니 이번에는 나의 입맛도 수행을 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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