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선글라스가 고장 났다

일본 에피소드 💬 
선글라스가 고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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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원래 선글라스를 잘 착용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나이를 점점 먹어가다 보니(?) 사소한 건강 하나하나도 전부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지난여름,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눈부심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를 챙겨가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선글라스를 캐리어에 넣었다가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서 써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캐리어에서 꺼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작은 크로스백에 옮겨 담았다. 크로스백에 옮겨 담다 보니 딱딱한 플라스틱 케이스에는 넣을 수가 없어 헝겊으로 된 주머니에만 넣고 그렇게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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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에는 신칸센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기도 했고 이미 해가 지는 시간에 숙소에 체크인하고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실컷 관광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 날의 여행을 준비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날은 굉장히 맑을 예정이었고 드디어 내일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닐 수 있겠다 싶어서 선글라스를 꺼냈는데... 큰일이 났다. 

안경알이 빠졌다.

 

세상에, 일본에 가져와서 한 번도 안 썼는데 나의 무게에 눌려서 그랬는지 안경테의 나사가 풀려서 안경알이 한쪽이 빠져있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을 맞이해서인가 혼자서 안경알이 빠진 선글라스를 쓰고 거울을 보며 시시덕거리다가 이윽고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안경알을 다시 끼울 방법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알겠지만 안경 나사가 보통 작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J 성향이 흘러넘치는 홍씨라도 해도 안경알이 빠질 것까지 계산해서 안경 드라이버를 챙겨 다니고 그러지는 않기에 이 나사를 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객실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땅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첫 번째 후보는 y형 치실이었다. 사랑니를 모두 발치한 후 치아 건강을 위해 치약과 함께 비상용으로 치실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 정도의 플라스틱이라면 안경 나사를 돌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 후보는 손톱이었다. 때마침 손톱이 조금 길었을 때라서 손톱으로 돌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손톱의 굵기보다 안경 나사의 홈이 더 좁아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마지막 후보가 바로 이쑤시개였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하나 사고 받은 나무젓가락 안에 들어있던 이쑤시개였는데 사실 y형 치실의 플라스틱도 실패한 마당에 나무로 된 이쑤시개가 뭔 힘이 있을까 하고 마음을 비우고 나사 홈에 이쑤시개를 꽂아 돌려봤다. 그런데...

어? 이거 되네?

 

정말 놀랍게도 이쑤시개를 사선으로 기울여서 안경 나사를 돌려보니 나사가 조금씩 돌아갔다. 물론 이쑤시개 자체의 힘이 약해서 뾰족한 부분이 일정 부분 갈려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한 몸 희생해서 나의 안경 나사를 돌려주고 있는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나사의 끝 부분까지 완벽하게 조여지지는 않았어도 안경알이 고정될 수 있을 만큼은 안경이 조여졌다. 뭐 애초에 완벽하게 조이는 것은 생각조차 안 했고 안경알이 고정이 돼서 쓸 수만 있으면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었기에 이미 해냈다는 기쁨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죽으라는 법이 없어.

 

일주일 동안의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 선글라스 알이 빠져서 절망했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이쑤시개 하나에서 엄청난 가능성과 힘을 본 나는 앞으로 다가올 눈부신 날들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잔머리가 돌아가야 한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안경 나사가 풀려서 이 글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지만 혹시라도 나와 같은 경우를 맞이한다면 일단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 하나를 사자.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받아와서 그 안에 있는 이쑤시개로 한 번 신나게 돌려보자. 밑져야 본전이다. 어쨌든 간밧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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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의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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