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너의 이름은

일본 에피소드 💬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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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나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 모두 서로의 이름을 외국어로 적어본 적이 적어도 한 번씩은 있을 텐데 이번 이야기는 이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다.

펜팔로 알게된 친구 중에서 한국을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단순히 한국을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 삼일절이 어떤 의미인지, 광복절이 어떤 의미인지까지 알고 있어서 한국의 국경일 중에서 역사적으로 일본과 관련이 있는 날이면 나에게 대신 사과의 말까지 전하던 너무나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가 한국 사람과 한국을 소중하게 생각했기에 나 또한 그 친구는 특별하게 생각했고, 어떤 이야기나 어떤 부탁이든 전부 들어주기 위해 서로 노력할 정도의 우정을 쌓아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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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한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자신의 이름을 한국어로 쓰고 싶으니 알려줄 수 있냐고 했다. 그 정도의 부탁은 전혀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주려고 했지만 이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말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英美」로, 발음은 '에미'였다. '에미'라는 이름은 일본 여성에게 종종 있는 이름이지만 한국에서 '에미'라는 단어는 '어머니'를 뜻하는 경상도의 사투리로, 부모님과 할머니 세대까지 전부 경상도 출신인 홍씨 집안에서는 자주 듣는 단어이기도 했다. 다만 이 경상도 사투리의 '에미'가 간혹 비속어처럼 느껴지는 단어로도 활용이 되기 때문에 차마 일본인 친구에게 알려주기 꺼려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사실 '에미'라는 이름만 알려주는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도 그냥 써도 될 것 같은 단어이기는 했는데 문제는 이 친구의 성씨였다. 친구는 '섶나무가 많은 산'을 뜻하는 「柴山」라는 성씨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발음이 '시바야마'였던 것이다. 풀네임을 조합해 보면 '시바야마 에미'인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들었을 때 너무 욕처럼 들리는 단어였다. 그냥 욕도 아니고 부모 욕같이 들리는...

한국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너무나 착한 이 친구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라고 하다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실례라는 판단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 친구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어차피 결혼을 하게 되면 성씨가 바뀌니 괜찮다'며 의외로 쿨하게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 그 친구는 결혼을 해서 더 이상 '시바야마'라는 성씨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홍씨 생각 💡 일본인의 성씨(苗字) 만들기

일본에는 정말 여러 성씨가 있지만 '시바'라는 글자가 성씨에 들어가면 정말 풀네임을 부르기 난감하기는 하다. 예전 일본 축구 중계를 하던 이재형 해설위원도 '시바사키'라는 선수의 성씨를 부르며 중계를 하다가 실수로 이 선수 풀네임에 있는 '사키'라는 발음을 '세키'로 발음하는 바람에 굉장한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적이 있는데 '시바'라는 글자 자체가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욕으로 들릴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부르기 전에 마인드컨트롤부터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친구의 이름으로 시작한 에피소드. 친구의 성씨 중에 '시바야마' 이외에도 '시바타'라는 성을 가진 친구도 있었고, 이름이 '모유'라서 알려주기 정말 난감했던 기억들이 있는데 나라가 다르기 때문에 단어를 들었을 때 상상되는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은 개명을 해서 다른 이름을 쓰고 있는 홍씨도 예전 이름을 일본인 친구에게 말하면 파릇파릇한 상추가 떠오른다고 했었으니까. 홍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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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의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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