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피소드 💬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일본 에피소드 💬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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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워킹홀리데이 이후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일본 유학을 갔다. 이미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할 만큼 했기 때문에 다시 유학을 갈 필요성이 있을까도 싶었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일본에서 유학하는 것은 환경 자체가 많이 달랐기도 했고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보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일본어 실력이 크게 늘었던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한 학기만 학교를 더 다녀보고 싶어 다시 유학을 시작했는데 애초에 일본에서는 길게 학교에 다닐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짐을 늘리지 않은 미니멀 라이프로 생활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니멀 라이프라고 해도 세탁기와 냉장고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유학생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유학을 하면서 방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조건인데 학기가 끝나면 일본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탁기와 냉장고를 무료나눔 하고 배송비만 들여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홍씨 또한 무료 나눔을 받아 배송비만 내고 가져왔는데 사실 이 배송만 전문적으로 하는 일본 내의 한국 사람도 있어서 몇 천 엔의 배송비를 내고 집에 설치까지 받았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잘 지내고 다시 세탁기와 냉장고를 처리하려는데 모두들 학기를 마치고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무료 나눔 매물이 엄청나게 나와서 무료로 내놔도 처리가 안 되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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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때마침 함께 유학을 하던 친한 동생이 이번에 집을 옮기면서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했고, 홍씨가 냉장고를 넘겨주기로 했다. 그렇게 몇 번 이용했던 한국인 용달에게 연락을 했는데 물가가 올랐다며 6개월 전에 냈던 요금에서 1.5배를 불렀다. 나나 친한 동생이나 유학생인데 무슨 돈이 있겠어. 이 정도의 배송비를 주고 냉장고를 옮기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우리는 고민을 시작했고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결론이 나왔다.

그냥 우리가 들어서 옮겨 보자!

친한 동생과 내가 살던 집은 약 9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도보로는 약 13분 정도. 어차피 남자 둘이고 힘 좀 쓰니까 우리가 충분히 나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며칠 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봄날 다시 만났다. 이미 홍씨가 선을 정리하고 테이프를 감아 이동 준비는 끝내놓은 상태.

그런데 이건 정말 큰 실수였다. 도보 13분을 너무 얕잡아봤다. 젊은 패기로 한 30분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계산과는 다르게 우리는 냉장고를 들고 쉬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며 1시간을 넘겨 집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 슈퍼에서 사정을 이야기해 가며 끌차라도 빌렸어야 했다. 아니, 그래 뭐 끌차를 빌리지 못했더라도 미리 이동할 길을 한 번 확인이라도 하고 조금 더 걸리더라도 쉬운 길로 가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평지는 괜찮았다. 그냥 우리의 속도로 걸으면 되니까. 그런데 횡단보도가 나오면 천천히 갈 수 없으니 필사적으로 속도를 올려서 초록불이 꺼지기 전에 건너야 했고 그렇게 건널 때마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횡단보도는 양반이다. 육교는 어떻게 할건데. 나중에는 도로로 가면서 시선이 자꾸 의식돼서 아예 골목길로 들어가서 이동을 했는데 어우 무슨 골목길에 언덕이 있냐... 차는 또 왜 이렇게 많이 다니는 거야.. 또 비켜줘야 되잖아. 그렇게 1시간을 보냈다. 이미 전완근은 퍼질대로 퍼진 상태에 허리도 아프고 땀범벅에 얼굴은 사람 몰골이 아니었다. 그 몇 천 엔 아끼자고 시작한 일이 거의 강철부대에서 피 튀기는 미션을 마친 사람들처럼 만들어놨으니 말이다.

 

그렇게 아낀 몇 천엔으로 나와 친한 동생은 라멘을 한 그릇 사 먹었다. 라멘이 나올 동안 서로의 얼굴만 보며 말없이 허탈하게 웃었는데 그래 뭐 젊은 날의 패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다음 날. 팔, 다리, 허리, 어깨, 심지어 엉덩이까지 사람의 모든 근육에 알이 배기고 나서야 젊은 날의 패기는 개똥같은 소리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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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의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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